기억에 남을 감독… 잊혀져가는 수문장… 클린스만-칸 명암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지지받는 감독은 화려했고, 떠나려는 골키퍼는 쓸쓸했다.

앙숙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42) 독일 감독과 골키퍼 올리버 칸(37)의 명암이 엇갈렸다. 2006 독일 월드컵 3, 4위 결정전이 열린 9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고틀리프다임러슈타디온.

아무래도 이번 대회에서 독일이 낳은 최고 스타는 선수가 아니라 클린스만 감독인 듯했다. 포르투갈을 3-1로 대파한 독일은 축제 분위기 속에 홈팬들의 열렬한 축하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시상식이 열리는 동안 수만 명의 관중은 춤을 추며 노래했다. 3위 시상식을 위해 선수들이 차례대로 단상에 오르는 동안 함성이 이어졌다. 가장 큰 환호성을 받은 것은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단상에서 선수들을 축하하던 여성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특별히 클린스만 감독의 뺨에 입을 맞추자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환호에 잠겼다.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인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클린스만이 계속 감독을 맡을 것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가운데 독일 팬들도 이에 호응했다. 독일 팬들은 클린스만 서포터스 모임을 결성했고 이날 3, 4위전을 맞아 경기장과 시내 곳곳에 10만 장 이상의 티셔츠를 뿌렸다. 이 티셔츠에는 ‘클린스만은 (감독으로) 남아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모래알 팀워크라는 평을 받던 독일을 탄탄한 조직력을 가진 팀으로 탈바꿈시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데 대한 보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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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날 국가대표팀 은퇴 경기를 가진 칸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동료들과 떨어져 쓸쓸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퇴장했다. 동료들이 다 함께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는 동안 그만 유일하게 빠졌다. 독일 골키퍼의 대명사격이었던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다 이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고 결정적인 슈팅을 3차례 이상 막아내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동안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등 불화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지적되면서 따돌림을 받았다. 그는 물론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들이었다.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 쓸쓸해 보였다. 독일인들에게 “왜 칸이 쓸쓸해 보이느냐?”고 묻자 “부인이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관계하는 등 불성실했던 가정생활에 대해 아직도 좋지 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칸은 이 일로 오랫동안 비난을 받아왔다. 그동안 수많은 설전을 벌였던 칸과 클린스만은 바로 곁에서 다른 선수들과 악수와 포옹을 하면서도 서로 외면하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어색하게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의 명암이 엇갈리는 동안 경기장 상공에서는 일제히 독일 승리를 축하하는 폭죽이 터졌다.

슈투트가르트=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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