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협회장 재선출" …정부 거부에 이강두의원·한나라 반발

  • 입력 2006년 7월 10일 20시 32분


정부가 이강두(한나라당 의원)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생체협) 회장 당선자의 취임 승인 거부권 행사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의 정치권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10일 오전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회장 당선자가 특정 정당의 당적을 보유한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의 회장직에 부적합하다고 판단,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재선출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체육 유관 단체장의 취임 승인이 거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생체협은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에 조직망이 있고 국민의 40%가 생활체육 동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적 인사가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그런데도 생체협은 대의원총회를 개최해 특정 정당의 당적을 보유한 현직 국회의원인 이강두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해 취임 승인을 요청했다"며 "생체협이 수행하는 사업이 고도의 공공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생체협 회장은 당적 보유만으로도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생체협이 정부산하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2004년부터 2년 연속 문화·국민생활 분야에서 최하위를 한 것을 감안해도 차기 회장은 정치인보다도 CEO(최고경영자)형 전문가가 이끌어나가야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강두 당선자는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소송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당선자는 "김 장관의 발표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화부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노력했으나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소송을 불사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공명정대하게 선출된 국체협 회장을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이유로 승인 거부한 문화부의 결정은 여당 의원은 되고 야당 의원은 안된다는 편파적 발상이며 이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그는 "회장 선출에 앞서 문화부는 여당 인사의 당선 가능성이 없어지자 '정치적 중립'이라는 문구를 포함시키도록 수차례 압력을 가해 이를 받아들였다"면서 "이 사안은 이사회에서 향후 운영 과정에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규정으로 공감하고 동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최구식 의원 등 6명의 의원은 김 장관의 브리핑이 끝난 뒤 브리핑실을 찾아와 "정부의 이번 조치는 상식에 반하는 조치이며 과거 군사 정부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같은 상임위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날 문화부의 이 의원 생체협 회장 취임 승인 거부에 대해 "정부의 합법적인 업무집행"이라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생체협은 특정 정당 인사가 회장을 맡아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면서 당리당략으로 좌지우지할 단체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또 한나라당 의원들의 승인취소 번복 요구에 대해 "정부의 합법적인 업무집행에 대해 고압적인 언행으로 압력을 가하면서 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소관 상임위의 힘을 이용한 직권남용"이라며 "생체협을 자기 당 지원조직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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