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을 둘러싼 ‘거품’을 빼야 한국축구가 건전하게 발전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 준 한국축구의 모습은 한마디로 ‘외화내빈’.
토고를 상대로 해외원정 첫 승(2-1)을 거두고 프랑스와 극적인 무승부(1-1)를 거두자 팬들은 대표팀에 열광했다. 다른 때 같으면 최종 결과(16강 진출 실패)에 대한 원성을 쏟아내야 했지만 팬들은 선수들에게 “잘 싸웠다”고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이 “한국축구는 4년 전에 비해 후퇴해 있었다”고 한 게 한국축구의 현실이었다. 패스를 받아 두 번 정도는 컨트롤해야 안정되는 볼 트래핑, 수시로 엇나가는 패스, 수십 번 슈팅하고도 골을 못 넣는 골 결정력 부재, 한 달간 훈련을 해도 살아나지 않는 조직력….
일반 팬들은 한국이 최강 프랑스와 비기고 스위스전에선 경기를 압도하고도 졌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은 축구를 한 게 아니라 싸움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감독을 포함한 외국인 코칭스태프는 겉으론 “16강 자신 있다”고 하면서도 속으론 “한국축구는 역시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스위스전이 끝난 뒤 “한국축구의 수준은 유럽보다 한 수 아래다. 한국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K리그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변명이 섞여 있지만 이것이 한국축구의 현주소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없이 팬들의 분위기에 편승해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대한축구협회의 태도다. 한국축구가 이런 지경에 빠진 데는 무엇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을 이룬 뒤 마치 한국축구가 꾸준한 노력 없이도 월드컵 4강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듯 착각한 이른바 ‘4강 행정’을 펼친 축구협회의 책임이 크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떠난 뒤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러 감독이 중도에 그만둔 것도 ‘감독만 바꾸면 그만이다’는 축구협회의 ‘인기 영합식’ 처방 때문이었다. 결국 아드보카트 감독을 영입해 ‘인기’는 얻었지만 또 ‘실리’는 놓치고 말았다. 대표팀의 ‘거품’은 바로 축구협회가 만들었던 셈이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뒤 축구협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그냥 지나가 의아해했다. 성적이 한국축구의 실제 실력보다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월드컵이 끝나면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냉철한 분석 작업을 통해 잘못을 지적하고 향후 대책을 내놓아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대표팀이 잘하면 그 ‘과실’을 따먹는 데 급급하고 못하면 그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고 꼬집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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