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박치기 퇴장 불명예에도 “최고 플레이어” MVP 영예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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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10일 베를린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 주장 파비오 칸나바로(가운데)가 월드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이탈리아가 10일 베를린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 주장 파비오 칸나바로(가운데)가 월드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영웅의 뒷모습은 쓸쓸했다. 그러나 팬들은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중원의 사령관’ 지네딘 지단(34).

‘박치기 퇴장’으로 은퇴 무대를 불명예스럽게 끝낼 뻔했던 지단이 2006 독일 월드컵 최우수선수(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의 주인공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0일 대회 공식홈페이지(fifaworldcup.yahoo.com)를 통해 지단이 기자단 투표에서 2012점을 얻어 2위 파비오 칸나바로(1977점), 3위 안드레아 피를로(715점·이상 이탈리아)를 제치고 ‘골든볼’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1, 2위 점수차는 겨우 35점. FIFA는 지단이 1982년 골든볼이 생긴 이래 가장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고 밝혔다.

지단은 이날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전반 7분 멋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연장 후반 5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이탈리아)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비신사적 반칙’으로 퇴장을 당한 선수가 MVP에 뽑힌 것은 이색적이다.

FIFA 기술연구그룹(TSG)은 4강에 오른 선수 중 10명의 ‘골든볼’ 최종후보를 선정했고 각국 취재진은 1인당 3명의 선수에 투표했다. 1위 5점, 2위 3점, 3위 1점씩 점수를 매겨 종합했다. 이탈리아가 비록 우승했지만 이탈리아 이외 취재진 상당수는 지단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장에서도 지단이 퇴장당한 뒤 폭동이라도 일어날 듯한 거대한 야유가 쏟아졌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공만 잡았다 하면 6만여 관중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제대로 공을 차기 힘들 정도였다. 관중의 분노는 귀청이 찢어질 듯했다.

왜 지단이 그런 무모한 반칙을 저질렀을까. 머리를 들이받기 직전 지단과 마테라치는 몇 마디 주고받았다. 찰거머리 수비를 하던 마테라치가 지단에게 참기 힘든 모욕적인 언사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두 선수가 대화를 하다 지단이 들이받는 장면이 대형화면에 비친 뒤 이런 정황이 추측되자 이탈리아 팬을 제외한 관중은 모두 지단 편이 됐다. 그만큼 그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프란츠 베켄바우어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은 “마테라치가 틀림없이 지단의 성질을 건드리는 말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단은 알제리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스 이민 2세. 여유가 없었던 집안 사정 때문에 지단은 유소년 축구클럽에도 들지 못하고 동네에서 볼을 차며 드리블을 익혔다. 17세 때 프로구단 ‘칸’에 입단한 지단은 이후 FIFA 선정 올해의 선수에 3회 선정되는 등 환상적인 경력을 쌓아갔고 역대 최고 이적료(약 880억 원)로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면서 최고스타로 우뚝 섰다. 실력뿐 아니라 폭넓은 자선활동, 유소년 축구 지원으로도 유명하다.

지단은 이번 독일 월드컵 직전에 대표팀에서 은퇴했으나 국민의 요청과 레몽 도메네크 감독의 삼고초려로 ‘레블뢰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108번 A매치에 나서 31골을 넣은 ‘마에스트로(거장)’ 지단. 그는 이제 은퇴한다. 화려한 레드카펫 대신 ‘레드카드’라는 불명예를 썼지만 ‘골든볼’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영웅에 대한 존경의 표시가 아닐까.

베를린=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역대 골든볼(MVP) 수상자

올리버 칸(독일·2002년) 호나우두(브라질·1998년) 호마리우(브라질·1994년) 살바토레 스킬라치(이탈리아·1990년)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1986년) 파올로 로시(이탈리아·198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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