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박수 받은 ‘초보 사령탑’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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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정인교(37) 감독 대행은 11일 열린 2006 여름리그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배가 부른 듯했다.

시상식 때 늘 ‘박수부대’였던 예전과 달리 신세계 신인 김정은(19)이 ‘베스트 5’와 모범선수상을 탔고 노장 양정옥(31)이 스틸상을 받아서였다.

무엇보다도 신세계 선수들이 다들 밝은 표정으로 행사에 참석한 데 대한 뿌듯함이 컸다.

신세계는 지난 겨울리그까지 4시즌 동안 3차례나 꼴찌를 하며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게 사실. 이런 행사에선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숙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치열한 순위경쟁 끝에 공동 4위에 올랐다. 상대 전적에서 뒤져 아깝게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전 구단 상대 승리 속에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4승 1패의 뒷심을 보였다.

신세계가 이처럼 살아난 데는 ‘초보 사령탑’인 정 대행의 끈끈한 용병술이 선수단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리그 기간에 코치였다가 당시 감독의 전격 사퇴로 갑자기 지휘봉을 잡은 정 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 달 남짓의 짧은 준비 기간 속에서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는 데 전념했다.

특히 처음으로 체력 트레이너를 영입해 선수들의 지구력을 키웠으며 강원 태백 전지훈련과 해병대 훈련으로 지치지 않는 힘을 기르는 데 주력했다.

삭발까지 하며 의욕을 보인 정 대행은 철저한 실력 위주의 기용으로 선수들의 경쟁을 유발해 전력을 끌어올렸다. 신세계는 주전 중 부상자가 많았으나 그의 용병술 덕분에 뛸 수 있는 선수 폭은 오히려 넓어졌다. 미완의 대기 김정은은 간판으로 떠올랐고 결혼 후 오랜 슬럼프에 빠졌던 양정옥도 재기에 성공했다. 양지희 임영희 등 ‘식스맨’을 발굴한 것도 그였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 속에서 많이 배웠어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정 대행은 내년 1월 개막되는 다음 시즌까지 준비할 기간이 많아 가슴이 뛴다고 한다. 그의 시즌은 이미 시작된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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