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18번홀(파5) 그린에 올라가는 ‘슈퍼 땅콩’ 김미현(29·KTF)의 등 뒤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나밖에 없는 우승컵을 향해 숨 막히는 접전을 펼치던 그는 순간 외로움을 느꼈다. 300∼400명의 현지 갤러리가 일제히 자신과 맞대결하던 내털리 걸비스(23·미국)를 연호한 것. 걸비스는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미국 여자골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인공. 미국의 골프 팬들은 걸비스에게 자신들의 안방을 차지한 ‘코리안 군단’을 꺾어 줄 것을 기대하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세 번째 홀 5.5m 환상 버디로 시즌 2승… 상금 100만 달러 돌파
17일 미국 오하이오 주 실베이니아 하이랜드메도GC(파71)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
김미현은 4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로 걸비스와 동타를 이룬 뒤 세 번째 연장전에서 이겨 우승했다. 5월 진클럽스 앤드 리조트오픈에 이어 시즌 2승에 통산 7승. 상금 18만 달러를 받아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4위(101만4724달러)로 점프.
통산 세 번째로 시즌 2승을 올린 김미현은 2002년 기록했던 생애 시즌 최고 상금 기록(104만9993달러)도 깨뜨릴 것으로 보여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박세리 4위… LPGA 한류 벌써 9승 합작 신기록 확실
한국 여자골프는 LPGA 시즌 상반기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으며 올 시즌 18개 대회에서 9승을 합작했다.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웠던 2002년과 벌써 타이.
김미현은 전날 공동 선두였던 걸비스가 전반에만 5연속 버디를 앞세워 4타차로 달아나 우승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8∼10번홀 3연속 버디로 추격에 나섰고 2002년 프로 데뷔 후 123개 대회 만의 첫 승에 목마른 걸비스가 후반 들어 한 타도 줄이지 못하는 사이 16번홀, 17번홀 연속 버디로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미현의 통산 연장전 성적은 2승 3패.
김미현, 걸비스와 챔피언조로 우승을 다툰 이 대회 네 차례 우승자 박세리(CJ)는 아쉽게 4위(16언더파 268타)에 그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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