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도민주 공모를 통해 프로축구 제14구단으로 탄생한 경남FC 박항서 감독의 속은 요즘 숯덩이처럼 타들어 가고 있다. 어렵사리 생긴 구단이 행여 없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4강 신화’를 이끈 뒤 경남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했다. 경남은 17일 현재 K리그 전기리그 13위, 삼성하우젠컵 11위에 머물고 있지만 경남 산청이 고향인 박 감독은 고향 팀 초대 감독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구단주인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5일 팀의 박창식(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장) 대표이사와 전형두(경남축구협회장) 경기단장, 김충관 경영단장을 일괄 사표 수리했다.
산하 기관의 ‘경영 슬림화’를 위한 단안이라는 것이 도의 설명. 한 경남 관계자는 “창단한 지 7개월도 안 됐지만 방만한 경영과 인사 전횡 등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수술’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경남의 주주는 3만9000여 명. 320만 도민의 1%가 넘는 도민이 77억여 원을 만들어 탄생시킨 구단이다. 그러나 해임당한 경영진과 경남축구협회 등에선 ‘토사구팽(兎死狗烹·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는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뜻)’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경영진에 대한 사표 수리가 최종 결정되는 14일 이사회에선 짧은 머리에 양복을 차려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나타나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가운데 의사 일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회의가 무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사 14명과 감사 2명 등 16명 중 11명이 참석하고 100여 명의 축구 관계자가 참가하는 등 공개적인 회의를 벌이려 했지만 고함과 막말이 오가는 가운데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12일에는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FA(축구협회)컵 16강전이 경기 한 시간 전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16일에는 포항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삼성하우젠컵 경기가 제주의 거부로 열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남의 ‘밥그릇 싸움’이다. 붉은악마의 흥분과 감동이 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연일 벌어지는 프로축구의 추태에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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