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신체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강행군이다. 그런데 웬일일까. 우승자 중에 몸이 정상이 아닌 선수들이 적지 않다.
24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 제93회 대회의 우승자는 ‘골괴사증’을 앓고 있는 플로이드 랜디스(31·미국)였다. 2003년 1월 연습 중 사고로 오른쪽 넙다리뼈(대퇴골)가 부러진 뒤 얻게 된 골괴사증은 뼈에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뼈가 썩고 엉덩관절(고관절)이 죽어가는 병. 랜디스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혼자 힘으로는 계단도 못 올라갈 정도의 중증 환자였다. 인공 뼈로 대체하는 것만이 해결책인데 그는 수술 뒤 경기력 저하를 우려해 수술을 미루고 출전을 강행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사이클을 타는 것만도 놀라운데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것은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전무후무한 대회 7연패를 달성해 ‘전설’이 된 랜스 암스트롱(미국)이 고환암을 극복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7연패는 고환암 수술을 받은 이후에 달성됐다. 그 전에 암스트롱은 단지 유망주였다. 그런데 랜디스도 골괴사증에 걸린 이후 지난해부터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86년 그렉 르몽은 사냥 중 사고로 산탄총 파편 37조각이 몸에 박힌 상태에서 대회에 나서 미국인 최초의 대회 우승자가 됐다. 당시 몇 개의 파편은 심장에도 박혀 있었다. 그는 1989년, 1990년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1998년에는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3cm 짧아진 이탈리아의 마르코 판타니가 우승했다.
이 우승자들은 예외 없이 약물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만큼 이들의 우승은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고통이 그들을 더 강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암스트롱은 그의 자서전에서 “사이클링의 고통은 너무나 심해서 모든 잡념을 몰아낸다. 나는 즐거워서가 아니라 고통스러워서 자전거를 탄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이 기사에는 박세미(서울대 인류학과 4년) 대학생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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