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본인도 1일 한신전이 끝난 뒤 “사실 한국에서 324개를 때리고 일본에서 77개를 쳤는데 일본 언론과 팬들이 한국에서의 기록을 인정할 것인지가 마음에 걸린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승엽의 걱정은 기우였다. 어느새 그는 한일 양국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2일 일본 언론은 전날 한일 통산 400홈런 달성과 함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401호를 장식한 이승엽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 지난달 25일 시즌 30홈런을 쳤을 때와 비교해도 하늘과 땅 차이.
스포츠호치는 1면에 ‘일한 400호-사요나라 401호’라는 제목과 함께 9회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두 팔을 번쩍 치켜든 이승엽의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실은 뒤 한국의 슈퍼스타 이승엽이 맹활약했다고 전했다.
또 “오늘은 이승엽 혼자 다했다”는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의 칭찬도 함께 보도했다. 산케이스포츠는 ‘이날만은 이승엽의 얼굴에 여유가 있었다’며 오 사다하루,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20대에 400홈런을 달성하며 세계 최고 강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종합 일간지도 이승엽의 대기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아사히신문은 ‘빈타에 허덕이는 요미우리에서 이승엽이 고군분투하며 팀 연패를 막았다’고 치켜세웠다. 1면 메인 사진으로 이승엽을 내세운 요미우리신문도 ‘400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면서도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고 극찬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6월 9일 400홈런 고지를 밟은 로드리게스의 당시 타수는 5803타수로 14.5타수마다 홈런을 날린 셈이다. 현역 최다 홈런(722개)의 주인공인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는 400홈런을 날리기 직전 시즌인 1997년에 이미 6000타수(6099)를 넘겼다. 그때까지 친 홈런은 374개.
다만 이승엽의 타수당 홈런 빈도는 오 사다하루에게 뒤진다. 오 사다하루는 은퇴한 1980년에도 40세의 나이로 홈런 30개를 치는 등 22년 동안 10.67타수당 1개의 홈런을 만들어 냈다. 이승엽의 페이스로 볼 때 오 사다하루의 통산 868홈런은 힘들어 보이지만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인 행크 애런(755홈런·16.4타수당 1개)의 기록은 조심스럽게 넘볼 수도 있어 보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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