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팬의 시선은 온통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이승엽(30·요미우리)에게 쏠려 있다. 월드컵에 이은 장마와 폭염, 그리고 이승엽 폭풍까지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7일 현재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20%나 줄었다.
일본 프로야구 경기는 국내보다 대체로 30분 일찍 시작한다. 일단 이승엽 경기를 보기 시작하면 그 후로는 채널 고정이다.
팬들이 보려고 하는 것은 이승엽의 홈런이다. 이승엽은 지난주만 해도 한일 통산 400호 홈런에 끝내기 홈런, 이틀 연속 결승 홈런, 일본 프로야구 한국인 시즌 최다 홈런 등 다양한 ‘홈런 퍼레이드’를 펼쳤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선동렬(삼성 감독), 이상훈(은퇴), 이종범(KIA) 3인방이 주니치에서 활약했던 1990년대 후반보다 현재의 이승엽이 더욱 파급 효과가 커 보이는 것 역시 홈런 때문이다. 그래서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반면 국내 프로야구 홈런 1위는 17개를 친 이대호(롯데)다. 7월 28일 LG와의 경기에서 17호를 때린 후 열흘이 지났지만 그대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프로야구의 인기를 그나마 떠받쳤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승엽과 타이론 우즈(주니치), 이승엽과 심정수(삼성), 박경완(SK)과 브룸바(전 현대)의 홈런 경쟁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최근 아마 야구의 우수 자원마저 열이면 열 투수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고교 야구에서 알루미늄 대신 나무로 된 방망이를 사용하면서 야수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알루미늄 시대에는 투수 못지않게 타자들도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받았으나 지금은 아니다. 스카우트들은 상대적으로 즉시 전력이 될 가능성이 높은 투수에게 집중하고 있다.
7월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26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고작 5개. 홈런을 하나만 치면 홈런왕이 됐다. 감독들은 “무사 만루에서도 1점을 뽑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선 ‘제2의 유현진(한화)’은 몰라도 ‘제2의 이승엽’, ‘제2의 심정수’가 나오기는 힘들다. 한국 야구를 구원해 줄 대형 홈런 타자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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