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30)은 ‘프라이드’에서 어느 정도 통할까.
프라이드는 K-1과 함께 일본 이종격투기 무대를 양분하고 있는 대회. K-1이 서서 싸우는 입식 타격인 데 비해 프라이드는 누워서도 싸울 수 있다. K-1은 주먹과 발차기 기술이, 프라이드는 주먹과 발차기 이외에도 꺾고 조르는 관절 기술이 필수다.
씨름은 힘과 기술로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경기다. 따라서 씨름 선수들은 힘과 균형 감각이 좋다. 이는 프라이드에서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대를 효과적으로 먼저 눕힐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다. 일단 넘어뜨린 뒤 상대를 제압하는 관절 기술이 씨름에는 없다. 씨름은 넘어지는 순간 경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또 주먹을 이용해 상대를 타격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서서 무작정 싸우는 것이 불리하다.
따라서 이태현으로서는 상대를 넘어뜨린 뒤의 관절 기술, 마주 보고 서 있을 때의 타격 기술을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그런데도 프라이드는 왜 이태현을 택했을까. 프라이드의 한국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IB스포츠 김명구 부장은 “프라이드의 고위층이 이태현의 체격 조건을 ‘탈아시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 정도의 체격(193cm, 138kg)에 그런 순발력을 갖췄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프로 씨름으로 다져진 승부 근성과 강한 힘을 지녔기에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프라이드가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을 택한 것은 그가 익힌 씨름이 강한 전투력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 씨름으로 다져진 그의 체력과 신체 조건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를 잘 다듬어 새로운 아시아의 스타로 만들 경우 K-1의 최홍만처럼 한국 및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무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태현은 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프라이드 진출 인터뷰에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등 유명 선수를 이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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