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슈터’로 이름을 날린 조성원(35).
그는 5월 프로농구 KCC와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는데도 부상을 이유로 돌연 코트를 떠난 뒤 지난주 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과 코치 계약을 했다.
당초 조성원은 KCC 외국인 코치였던 트레버 글리슨 씨가 지휘봉을 잡은 호주리그 타운즈빌에서 연수하기로 돼 있었다.
KCC는 조성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잔여 시즌 연봉(2억5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 조성원에게 국민은행 최병식 감독이 “나와 일해 보자”고 러브콜을 보냈다.
조성원은 1994년 명지대 졸업 후 실업팀 현대에서 최 감독과 1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당시 그는 막내였고, 최 감독은 최선참.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쓴 이들은 5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가깝게 지냈고 의형제까지 맺었다.
최 감독이 은퇴 후 차린 고깃집에 조성원이 자주 들렀고 부모님을 모시고 간 적도 있다.
친형 같은 최 감독의 부름에 조성원은 마음이 흔들렸다. 외국 유학과 여자팀 코치의 두 가지 갈림길에서 고민이 많았다. 집안에선 연수를 권한 게 사실.
“외국도 좋지만 친한 선배와 일선에서 부닥치며 배우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조성원은 20일 국민은행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다음 날 천안 숙소에서 합숙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업계 1위지만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우승이 없다. 라이벌 우리은행, 신한은행은 이미 정상에 오른 터라 더욱 속이 쓰리다.
조성원은 프로시절 세 차례나 우승반지를 끼었고, 특히 포스트시즌에 해결사로 자주 나서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로 불렸다. 이런 풍부한 경험이 우승에 목마른 국민은행 선수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선수들에게 나도 초보니 서로 도와 가며 정상에 올라 보자고 했어요. 뭔가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죠.”
인생은 때론 우연한 기회로 달라지기도 한다. 조성원의 변신에 기대를 걸어 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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