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명제 ‘지독한 2년차’
29일 광주에서 KIA를 상대로 마침내 통산 200승의 금자탑을 세운 한화 송진우. 18년간 기복 없이 꾸준히 성적을 쌓았던 ‘백전노장’도 199승을 거둔 뒤 200승에 단 1승을 앞두고는 고전했다. 1승을 추가하는 데 5번의 도전이 필요했다.
김명제는 ‘2년차 징크스’, 송진우는 ‘아홉수’라는 스포츠계의 대표적인 징크스(jinx)를 겪은 셈. 징크스는 옛 서양에서 주술이나 마술에 사용됐던 딱따구릿과의 새 이름 ‘링크스(lynx)’에서 유래됐는데 흔히 불운을 가져오는 사물이나 현상을 가리킨다.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극단적인 성적표를 받아 드는 스포츠계에는 유독 징크스가 넘쳐 난다.
○ 최병식 감독 “중요한 경기땐 회색 속옷만”
7월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국민은행 최병식 감독. 그에겐 ‘속옷 징크스’가 있다. 중요한 경기에선 회색 속옷을 입어야 경기가 잘 풀린다는 것.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였던 삼성생명 변연하는 경기 전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 경기를 망친다는 ‘경기 전 인터뷰 징크스’가 있다.
축구에도 골대를 맞히면 경기에 진다는 ‘골대 징크스’, 스웨덴만 만나면 경기가 안 풀린다는 잉글랜드의 ‘바이킹 징크스’가 있다. 실제 잉글랜드는 1968년 이후 2006 독일 월드컵까지 4무 7패로 1승도 못 거뒀다.
미국 스포츠계에선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표지 기사에 실리면 엄청난 악운을 겪는다는 ‘SI 커버 징크스’가 유명하다.
메이저리그 통산 512개 홈런을 친 에디 매슈스가 1954년 8월 16일 SI 창간호 표지에 사진이 실린 뒤 손목 부상을 당해 7경기에 결장한 것이 시초다. 미국의 유명한 카레이서인 팻 오코너는 1958년 5월 26일자 커버에 등장했다가 얼마 뒤 사고로 숨지는 등 SI 커버 징크스의 희생자는 수십 명에 이른다. 하지만 SI지 표지에 무려 49회나 등장했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이 이 징크스에 피해를 봤다는 기록은 없다.
징크스는 미신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실재하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명제는 “처음에는 2년차 징크스를 믿지 않았는데 경기가 계속 안 풀리니까 결국 의식하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 징크스가 ‘마수’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인 김병현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선수들은 실패에 대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핑곗거리를 찾게 되는데 그것이 몇 번 반복되면 인과관계를 갖는 것으로 믿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이 만든 징크스의 덫에 걸리고 만다는 것이다.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이야말로 경기를 망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징크스는 어떻게 깰 수 있을까.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징크스의 불합리성을 스스로 납득해야 하고 경기 중에 부정적인 생각이 끼어들지 못하게 고정된 행동 패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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