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선수가 있다. 그는 한때 강속구로 타자들을 농락했다. 30대를 넘어서던 어느 날 빠른 공이 통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그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클체인지업과 제구력, 오랜 경험이 그를 구원했다. 그는 지난주 40세의 나이에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200승 고지에 오른 한화 송진우다. 41세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호세(롯데)는 홈런 1위(22개)를 질주 중이고,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훌리오 프랑코(1루수)는 얼마 전 48세 생일을 맞았다.
#2. 그는 투수로 프로에 입단했다. 그런데 첫해 팔꿈치가 아파서 수술을 받았다. 타격코치의 제안으로 한 달만 타자를 해 보기로 했다. 그는 각종 홈런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운 뒤 일본에 진출해서도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이승엽이다.
클리블랜드의 추신수도 원래는 투수로 스카우트됐고, KIA의 왼손 타자 심재학은 LG 시절 투수로 전향했다가 다시 타자로 돌아왔다. 2년 4개월여 만에 마운드로 돌아온 이대진(KIA)도 잠시 타자 외도를 했다.
#3. 그는 키가 작았고 타격 솜씨도 별로였다. 스카우트들은 “수비수로서 어깨만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연습생으로 겨우 프로에 들어온 그는 두산에서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유격수로 성장했다. 그의 이름은 손시헌이다. 삼성 강명구는 현재 타율이 0.077이다. 그러나 그에겐 발이 있다. 대주자(대수비)로만 76경기에 나가서 20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하나만 잘하는 선수에게도 길은 있다.
#4. 그는 두주불사였고 애연가이기도 했다. 한번은 밤새 술을 마시고도 다음 날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국보 투수’로 불리는 선동렬(삼성 감독)이다. 일본 주니치 시절 선 감독은 가끔 술집을 들렀는데 항상 먼저 와 있던 선수가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전 요코하마)였다. 메이저리그 시애틀에 진출한 사사키의 라커룸에는 항상 담배와 맥주가 비치되어 있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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