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이제 여기에 태권도도 더해야 할 것 같다.
브라질태권도대표팀은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에 참가한 35개 국가 중 가장 멀리에서 날아왔다.
한국의 정반대편. 국적 항공사가 파업하는 바람에 비행기를 5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지난달 29일 상파울루를 출발해 3박 4일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비행시간만 무려 34시간.
이 험한 길을 이끈 것은 ‘태권도 사랑’이다.
전판선(59) 코치가 2003년부터 이끌고 있는 브라질태권도대표팀은 최근 눈부신 성장을 했다. 2005 세계선수권에서 금 1개, 은메달 1개를 땄고 8강에는 4명이나 올랐다. 이전 세계대회에서 메달 하나 따지 못했던 브라질로서는 놀랄 만한 쾌거다.
나탈리아(22)는 여자 미들급에서 브라질 사상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을 벌써 세 번째 방문한다는 나탈리아는 ‘짜파게티’를 즐겨먹는 명랑 여대생. 하지만 태권도 앞에서는 한없이 진지해진다. 그는 “열네 살 늦은 나이에 태권도를 시작했기에 항상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다”며 “태권도를 통해 자신감과 예절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브라질 올림픽위원회는 나탈리아에게 전 종목을 통틀어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최우수선수상을 주었다.
브라질인 지도자 네그롱(44) 코치는 “브라질은 1970년대부터 태권도를 해 왔지만 ‘태권도 정신’은 전 코치로부터 제대로 배웠다. 그래서 성적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태권도 정신이 무엇인지 묻자, 페더급 미주 챔피언 지오구(24)를 소개해 준다.
홀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유소년기를 보낸 지오구는 “7년 전 태권도를 안 배웠으면 분명 빈민가 아이들 다수가 그런 것처럼 마약과 타락의 길로 빠졌을 것”이라며 “태권도가 바른 길로 이끌어 주었다. 태권도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30여 년 동안 브라질 태권도를 이끌어온 임창선(브라질태권도협회 심판위원장) 관장과 마셀 리누(브라질협회 부회장) 사범 등 선배들의 노력 덕에 불모지에 꽃이 필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브라질인들은 신체적 특징도 태권도에 딱이라고. 전 코치는 “브라질인은 유연성을 타고난 데다 축구에서 알 수 있듯이 발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태권도에는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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