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좀 쓴다”… 내일 프라이드 데뷔 이태현 “승산 충분”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모라에스
넘어뜨리는 기술은 세계 최강, 그 다음은?

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30·사진)이 10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이종격투기 프라이드 데뷔전을 치른다. 상대는 39세의 노장이지만 키 205cm, 몸무게 121kg의 거구인 히카르도 모라에스(브라질)다. 이태현의 체격은 196cm에 138kg.

모라에스는 전성기를 넘겼지만 브라질 유술(주지쓰)을 익힌 12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프라이드에서는 2전 2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동지역에서 열렸던 아부다비 컴뱃 레슬링대회 등에선 상위권에 오른 전문 파이터다.

과연 이태현은 프라이드에서 얼마나 통할까.

한라장사 출신의 강시후 한국씨름연맹 경기국장은 “샅바를 매지 않더라도 씨름에는 몸통을 힘으로 들어 올려 넘기거나, 다리를 걸거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는 수천 가지 기술이 있다. 넘어뜨리는 기술은 세계 최강”이라고 말했다. 역시 문제는 넘어뜨린 후라고 보았다. 꺾기, 조르기 등의 그라운드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태현의 씨름은 무용지물일까.

격투기 전문지 ‘엠파이트’의 이성호 편집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이태현이 상대를 넘어뜨린 후 상체 위에 올라타 ‘파운딩’(주먹으로 얼굴 내려치기)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을 얻었다”고 말했다. 넘어뜨린 뒤 서툴게 관절 기술을 사용한다면 브라질 유술 전문가인 모라에스에게 오히려 반격을 당할 수 있다는 것.

장기적으로 볼 때도 이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프라이드 헤비급에서는 챔피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0·러시아) 등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누워서 싸우는 관절기가 능한 선수가 많지 않다. 이태현으로서는 상대를 넘어뜨린 뒤 관절기를 피하며 파운딩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 상대를 자주 넘어뜨리기만 해도 점수를 획득해 판정에 유리하다. 상대가 그라운드 기술이 강해 이태현을 넘어뜨리려 할 때는 무게중심을 잡고 잘 버틸 수도 있다. 이태현으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전술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어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관절기는 빨리 익혀야 한다.

한편 이날엔 프라이드 무차별급 준결승과 결승전이 동시에 열린다. 반더레이 시우바(30·브라질)-미르코 크로캅(32·크로아티아), 안토니우 호드리구 노게이라(30·브라질)-조시 바넷(29·미국)의 승자가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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