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의 대표 탈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부상한 김동주(두산)의 대표 발탁과 곧 이은 거부 파동, 홍성흔(두산) 구대성(한화)의 대표 불참, 이택근 신철인(이상 현대) 등 같은 팀 식구 감싸기 의혹까지….
경기에만 집중해야 할 대표팀 감독에게 시작도 하기 전부터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그래도 김 감독은 꿋꿋하다. “대표를 하기 싫은 선수는 하지 않아도 된다.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 하는 선수가 줄을 섰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소신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독선이자 아집이다.
여기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그 누구도 김 감독만큼 도하 아시아경기 우승이 절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1998년부터 현대 사령탑을 맡아온 김 감독은 벌써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장이다.
그런 김 감독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이 있다. 바로 김 감독이 이끌었던 2003년 일본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다.
그때 한국은 대만과 일본에 잇달아 지면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는 데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대만과의 경기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가 김동주였다.
4-2로 앞선 9회 무사 1, 2루에서 3루수 김동주가 수비 위치 판단을 잘못하는 바람에 병살타성 타구가 1타점 적시타가 되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연장 10회에 4-5로 졌다. 당시 김동주는 “나 때문에 졌다”고 자책했다.
김 감독에게 이번 아시아경기는 어쩌면 빚을 갚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감독으로서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를 뽑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많은 이가 김 감독을 WBC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놓은 한화 김인식 감독과 비교하곤 한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WBC에는 박찬호(샌디에이고), 이승엽(요미우리) 등 해외파들조차도 한뜻이 되어 대표팀에 참가했지만 지금은 병역 미필 선수 몇 명을 빼곤 대표팀 발탁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안 그래도 악조건에 빠져 있는 김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보다는 격려다. 누가 뭐라고 하건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진다.
김 감독에 대한 평가는 아시아경기가 끝난 뒤에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