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홈런 공장장’ 이가와의 고백…“李 눈엔 못당해”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1분


일본프로야구 한신의 왼손 에이스 투수 이가와 게이(27). 그의 이름은 두 가지 이유로 한국 팬들에게 친숙하다.

첫째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그의 엽기 행각 때문. 컴퓨터게임과 만화 마니아인 그는 좋아하는 만화를 보느라 2003년 우승 기념식에 불참했고, 경기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TV만화(명탐정 코난)를 못 보게 된 다음 날 상대팀에 완봉승으로 앙갚음했다고.

프로야구 선수가 된 이유도 컴퓨터 야구 게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자신의 동생으로부터 “게임에서 형(이가와) 대신 능력치가 높은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를 쓴다”는 말을 듣고 자극을 받아 훈련에 매진한 결과 에이스로 성장했다.

‘괴짜 선수’인 신조 쓰요시(니혼햄)에게 밥을 사달라고 졸라서 초밥 100접시를 얻어먹은 일화도 있다.

두 번째는 이승엽(30·요미우리)과의 홈런 인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이승엽에게 5개의 홈런을 맞았다. 올해 15개의 피홈런 중 3분의 1을 이승엽에게 허용했다. 이가와는 작년 롯데와의 일본시리즈 1차전에서도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았다.

‘엽기남’ 이가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곤 하는데 최근 그의 일기에는 선한 얼굴의 ‘순진남’ 이승엽의 이름이 종종 등장한다. 8월 1일 이승엽에게 한일 통산 400호 홈런과 끝내기 홈런을 헌납한 뒤에도 그랬고, 시즌 38호와 39호를 연달아 내준 7일 경기 후에도 그랬다. 어떻게 던지다가 홈런을 맞게 되었다는 게 주 내용인데 ‘이승엽이 마치 알고 치는 것 같다’고 밝혔다.

8월 3일 일기에서 그는 “1회 홈런(400호)은 실투였다. 9회 다시 상대했을 때 힘으로 승부를 하고 싶어서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3볼에서 몸쪽 직구를 던졌는데 홈런을 맞았다. 그렇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썼다.

다음 대결이던 9월 7일 이가와는 또다시 수 싸움에서 이승엽에게 졌다. 이가와는 “직전 2개의 홈런을 모두 직구를 던지다 맞았기에 이번에는 바깥쪽 슬라이더로 승부하고자 했다. 2회 던진 슬라이더는 잘 쳐야 단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홈런이 됐다. 4회 또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또 홈런을 맞았다”고 했다.

이가와는 “맞은 순간 이승엽이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슬라이더로 결정하고 있었던 것 같은 타이밍이었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순진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이승엽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노려치기에 무척 강했다. 일본에 건너와 첫해는 고전했지만 3년째인 올해는 일본 투수들의 볼 배합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올해 이승엽은 초구를 노려 쳐 타율 0.517(58타수 30안타)에 12홈런을 기록 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40호 홈런’ 눈앞에 둔 이승엽 올시즌 활약상 생생화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