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첫마디부터 파격이다. ‘참 당돌하고 예의 없는 소녀군…’ 하는 선입견은 14일 경기 안양시 롤러경기장에서 그를 만난 지 5분도 안 돼 사라졌다. 발랄하면서 진지했고 솔직한 데다 털털하기까지 했다.
‘궉’이라는 희성 때문에 더욱 유명한 소녀. ‘인라인 미녀 스타’ 궉채이(19·안양시청·사진).
궉채이는 10일 안양에서 끝난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한 개씩 땄다. 이 대회 개인종목에선 시니어 부문(17세 이상)에 처음 출전했다곤 하지만 주니어 때의 명성에는 못 미치는 성적. ‘궉채이 돌풍’이 끝나 버린 것일까.
14세 때 태극마크를 달고 그해(2001년) 프랑스 세계선수권 주니어부에서 한국 인라인스케이트 사상 첫 금메달을 땄다. 빼어난 외모는 그의 성공에 날개를 달아 줬다. 2002년 9월 인터넷에 팬카페가 생겼고, 2004년 이탈리아 세계선수권에서 금 2, 은 2, 동메달 1개를 따는 최고 성적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자동차 광고에 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2005년 초 그는 문득 자만심에 가득 찬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오라는 데가 많아 훈련을 거를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도 ‘하루 이틀 연습 안 한다고 1등 못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갑자기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는 느낌이 들어 코치(박성일 안양시청 감독) 선생님에게 ‘이제 운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말씀드렸죠.”
힘든 시기는 또 왔다. 그해 겨울엔 대학과 실업팀 입단을 놓고 방황했다. 공부도 운동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고민 끝에 올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실업팀을 선택했다. 그러나 동계훈련을 소홀히 한 탓에 올 시즌은 국내대회에서조차 우효숙(20·청주시청)에게 밀리는 등 부진했다.
대회를 앞두곤 부상까지 겹쳤다. “1년에 한 번 넘어질까 말까 한데 가장 중요한 7월 한 달 동안 훈련하다 세 번이나 넘어졌어요.” 이 사고로 왼손 중지와 이 2개가 부러졌다.
○이젠 도전자의 마음… 최선 다하면 다시 정상에 서겠죠
궉채이는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마음이라 했다. “끝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니어 쪽은 정말 만만치 않아요.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양=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궉채이는….
△생년월일=1987년 5월 15일 △출신 학교=안양 범계초-안양 귀인중-안양 동안고 △체격=168cm, 53kg △인라인스케이트 입문=오산초교에서 4학년 때 시작했고 5학년 때 범계초교로 전학해 본격적으로 인라인 선수로 훈련 △주 종목=1만 m, 1만5000m(이상 트랙) △취미=잠자기, 쇼핑, 마사지 받기 △이상형 남자=탤런트 조인성처럼 키 크고 차가운 카리스마의 소유자 △가족 관계=궉장원(49·회사원), 윤옥환(46·주부) 씨의 1남 3녀 중 2녀 △주요 경력=2001년 세계선수권(이하 주니어) 금 1, 은 1 2002년 세계선수권 금 2, 은 1 2003년 세계선수권 은 1, 동 1 2004년 세계선수권 금 2, 은 2, 동 1 2005년 세계선수권 은 1(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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