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3할타자 비결은 “칠 수 있다” 자신감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57분


소년의 집 앞에는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대추가 익을 무렵이면 소년의 아버지는 대추를 한 바구니씩 모았다. 그리고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아들에게 하나씩 던져 줬다.

소년은 대추알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 정확하게 방망이 중심에 맞은 대추는 ‘퍽’ 소리를 내며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럴 때마다 소년은 더욱 신이 났다.

빗맞은 대추는 별다른 상처 없이 가까운 곳에 떨어졌다. 그러면 할머니는 아픈 허리를 굽혀 정성껏 떨어진 대추알을 주웠다. 소년은 성한 대추가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 소년은 커서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그냥 평범한 선수가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교타자로 성장했다. 올해 9년 연속 3할 타율에 도전하는 장성호(29·KIA)다.

야구에서 3할은 좋은 타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10번 타석에 들어서 3번 안타를 치면 3할 타자가 되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매년 10명 남짓한 선수만이 3할 타자의 영예를 안는다.

대표적인 3할 타자는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을 친다’는 삼성 양준혁이다. 그는 1993년부터 2001년까지 9년 연속 3할을 쳤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 기록이다.

바로 그 뒤를 잇는 선수가 장성호다. 1996년 해태에서 데뷔한 장성호는 처음엔 재능만 있는 타자였다. 그의 능력을 알아본 김성한(당시 타격코치) 전 감독이 일대일로 그를 지도했다. 김 감독은 “밤늦도록 짬뽕 한 그릇 시켜 먹으면서 훈련을 시켰다”고 했다.

1998년부터 그는 타격에 눈을 떴다. 그해 0.312를 시작으로 작년까지 8년 연속 3할을 쳤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정확하게 0.300으로 턱걸이를 했다.

자유계약 첫해인 올해 그는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5월 3일 그의 타율은 0.192였다. 그렇지만 어느새 그는 3할을 치고 있다. 18일 현재 타율은 0.305다.

그가 말하는 3할의 비결은 무엇일까. 장성호는 “사실 타격 기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5% 정도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해야 한다는 열망이다”라고 말한다.

올해 3할을 치면 그는 대선배 양준혁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정확한 타자의 반열에 오른다. 지금도 그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는 아버지와, 이제는 하늘나라에 계신 할머니는 아직도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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