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소 잃고… 외양간도 안고치고

  • 입력 200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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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농구가 현재 브라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3위에 그쳤다.

예선에서 3전 전패로 순위결정전으로 밀려나 일찌감치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 여자농구의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 부진은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소 잃고 외양간마저 고치지 않은 듯해서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4강 쾌거를 이뤘고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4위에 오르며 여자농구 강국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6전 전패로 출전 12개국 중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당시 꼴찌의 원인으로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불화, 대표팀 선수들의 투지 상실, 대표 차출을 꺼리는 프로팀의 이기주의 등을 꼽았다.

그 해결 방안으로 전임 감독과 세대교체 카드가 나왔다.

그 취지는 훌륭했다. 대표팀 사령탑을 프로 감독이 맡던 관례를 깨 사심 없이 대표팀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장래를 책임질 유망주 위주의 대표팀으로 새 바람을 넣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 결과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대표팀 육성을 책임진 대한농구협회와 한국여자농구연맹은 서로 책임을 떠넘긴 채 팔짱만 끼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상대팀 전력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표팀은 지나치게 신예 위주로만 선수를 선발해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최윤아(신한은행) 김정은(신세계) 같은 새 얼굴의 발굴은 수확이었지만 세계의 강호들과 맞서 싸우기에 최상의 라인업은 아니었다.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태극마크를 단 여자프로농구 최고령 전주원(34·신한은행)은 “나 같은 노장이 빠지는 건 당연하지만 신구의 조화가 아쉽다”고 지적한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에는 35세 안팎의 주전도 많았다.

한국여자농구는 12월 카타르 도하아시아경기에 이어 내년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인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갈 길은 먼데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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