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 이태현의 진출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지만 K-1, 프라이드 등 이종격투기는 요즘 일본인의 일상적인 관심사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링 사이드 언저리에서 선수들의 투혼에 열광하는 여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 스스로 이종격투기 마니아라고 당당히 밝히는 여성도 많다.
이들은 프라이드보다는 일본 선수들이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K-1을 선호한다. 마사토와 야마모토 키드 등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의 스타들은 많은 여성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들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K-1 월드 맥스 경기에서는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가 펼쳐진다. 두 일본인 스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장처럼 여성 팬들의 환성과 비명이 터져 나온다.
특히 패션지의 표지를 자주 장식하는 ‘얼짱’ 챔피언 마사토는 K-1을 단숨에 인기 종목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일부 전문가는 그의 등장을 ‘충격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2000년 11월 데뷔전에서 전 무아이타이 챔피언을 다운시키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2003년에는 K-1 월드 맥스의 챔피언에 올랐다.
마사토는 실력이 뒷받침된 강력한 카리스마 외에도 스타가 될 자질을 두루 갖췄다. 강렬한 눈빛과 이에 어울리는 미끈한 근육질 몸매, 구릿빛 피부를 자랑한다. 외모 역시 귀공자처럼 잘 생겼다.
동화 속 왕자를 닮은 이 남자는 일단 링에 오르기만 하면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시키면서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펼친다. 환호성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남성 관객들은 외국인 파이터가 주름 잡아온 K-1 무대에 모처럼 나타난 일본인 챔피언에 열광했다. 여성 팬들은 잘생긴 외모에 더 많이 빠져 들었다.
링 밖에서 만나는 그의 모습도 놀랍다.
글러브를 벗으면 마사토는 영락없는 패션 리더다. 패션 잡지의 모델로 여러 차례 등장했고 개인 사진집도 펴냈다. 한마디로 그는 일본 여성들에게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꿈속의 남성’ 같은 캐릭터로 존재한다. 그래서 격투기에 관심 없던 여성들조차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K-1 경기장으로,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마사토가 단순히 잘생기고 잘 싸우는 파이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연습벌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 매스컴은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라고 치켜세운다.
어떤 면에서 그는 K-1의 라이벌들에게는 ‘공공의 적’이다. 그를 넘어서야 돈과 인기를 거머쥘 수 있다. 최소한 그와 싸우면 지더라도 팬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또 한 명의 스타가 있다. 마사토의 인기를 위협하는 ‘신의 아들’ 야마모토 키드다.
레슬링 명문가 출신이어서 독특한 별명을 갖게 됐다. 아버지는 뮌헨 올림픽 레슬링 대표 선수였고 아마추어 레슬러 출신인 누나는 현재 TV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 야마모토는 4세 때부터 레슬링 영재교육을 받았다. 동양인이 갖추기 힘든 ‘격투기 근육’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마모토의 핏줄에 흐르는 격투 본능과 에너지가 그를 정상의 위치로 이끌고 있다. 특히 초반에 한 방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극적인 파워는 팬들의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그 역시 링을 벗어나면 힙합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요즘 젊은이가 된다.
매력적인 선수들이 펼치는 거친 경기, 흥분한 팬들의 열기, 이런 현장을 중계하는 미디어들의 경쟁…. 이런 것들이 격투기를 일본 최고의 대중 스포츠로 만들었다.
K-1 스타들은 이런 인기에 힘입어 TV, 잡지, CF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마사토나 야마모토처럼 매끈하고 근사한 근육을 만드는 비법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동네 도장들은 이들을 닮은 몸매를 만들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하지만 일본의 격투기 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역도산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끈 과거의 프로 레슬링과는 사회적 맥락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예전의 프로 레슬링은 선한 캐릭터와 악한 캐릭터의 대결, 타이거 마스크와 같은 영웅의 출현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스포츠였다고 평가한다. 이에 비해 지금의 이종격투기는 단순히 누가 강한가를 가리는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로마 시대 지배계급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콜로세움에서 격투사의 싸움을 볼거리로 제공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비판은 비판으로 그치고 이종격투기 바람은 더 거세지고 있다. 새로운 파이터의 등장, 점점 거대화되는 이벤트, 매스컴의 취재 열기, 장르를 넘어선 크로스 프로모션의 전개는 21세기를 격투기의 시대로 만들고 있다.
도쿄=장혁진 통신원·극단 ‘시키’ 아시아담당 총괄 매니저 escapegoa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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