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싱이 스포츠라는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체험하는 것이 자동차 경주다.
최고 시속이 300km를 넘는 포뮬러원(F1) 경주. F1 드라이버는 경기 중 평균적으로 중력의 4배를 체험한다. 직선 최고 속도에서는 2.5배, 급격하게 코너를 돌 때는 5배까지 체험한다. 이 정도면 숨을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F1 선수들만의 특징이 있다. 목이 굵다는 것. 경기 중 가중되는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목 근육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 운전석 온도 섭씨 50도 넘어
선수들은 한 대회에서 평균 시속 220km로 약 305km의 거리를 달린다. 약 1시간 30분 간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0.1초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목숨이 위태롭다. 게다가 운전석 온도는 엔진 열 때문에 섭씨 50도가 넘는다. 선수들은 대회 하루 동안 3∼4kg의 체중 감량을 경험한다.
세로 100m, 가로 50m가량의 공간에 30개의 콘을 놓고 그 사이로 질주하는 슬라럼(장애물 사이를 지그재그로 질주하는 기술) 주행. 체험 차량은 엔진 배기량 3000cc의 르노 메간 스포츠카로 800마력의 F1 레이싱 카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F1 차량으로 정식 서킷 체험을 기대했던 기자의 실망감은 타이어를 태우며 급가속한 뒤 정신없이 좁은 공간을 질주하는 시범 장면을 보자 어느새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 하루 6시간 체력단련 해야
과연 타 보니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좌우로 급격한 코너링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시선이 흔들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계기반을 보니 불과 50km의 속도다.
반면 알론소는 푹신한 소파에 앉은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주행 중 쉴 새 없이 변속하는데 클러치를 밟는 발과 기어 봉을 잡은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능란했다. 이날 체험자 중 몇몇은 구토 증상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F1의 실제 경기에서 드라이버는 급격한 각도의 회전 코스를 시속 200km 이상으로 통과한다. 변속은 경기 중 수천 번을 해야 한다. 알론소가 하루 6시간을 체력 단련에 할애한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F1 차량을 몰려면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이 필요하다. 자격증 이름은 ‘슈퍼 라이선스’다.
시즈오카=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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