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회전-변속… 손발 안보이네”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7분


카레이싱 황제 미하엘 슈마허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F1 머신에 앉아 있다. F1 머신은 첨단 자동차 공학의 결정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카레이싱 황제 미하엘 슈마허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F1 머신에 앉아 있다. F1 머신은 첨단 자동차 공학의 결정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앉아서 운전만 하는 게 뭐가 힘들어?’

카레이싱이 스포츠라는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체험하는 것이 자동차 경주다.

최고 시속이 300km를 넘는 포뮬러원(F1) 경주. F1 드라이버는 경기 중 평균적으로 중력의 4배를 체험한다. 직선 최고 속도에서는 2.5배, 급격하게 코너를 돌 때는 5배까지 체험한다. 이 정도면 숨을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F1 선수들만의 특징이 있다. 목이 굵다는 것. 경기 중 가중되는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목 근육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 운전석 온도 섭씨 50도 넘어

선수들은 한 대회에서 평균 시속 220km로 약 305km의 거리를 달린다. 약 1시간 30분 간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0.1초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목숨이 위태롭다. 게다가 운전석 온도는 엔진 열 때문에 섭씨 50도가 넘는다. 선수들은 대회 하루 동안 3∼4kg의 체중 감량을 경험한다.

24일 일본 도쿄 근교의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마일드세븐 르노 F1 팀의 간판선수이자 카레이싱 황제 미하엘 슈마허(독일 페라리)의 후계자로 꼽히는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의 옆 자리에서 카레이싱을 짧게나마 체험했다.

세로 100m, 가로 50m가량의 공간에 30개의 콘을 놓고 그 사이로 질주하는 슬라럼(장애물 사이를 지그재그로 질주하는 기술) 주행. 체험 차량은 엔진 배기량 3000cc의 르노 메간 스포츠카로 800마력의 F1 레이싱 카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F1 차량으로 정식 서킷 체험을 기대했던 기자의 실망감은 타이어를 태우며 급가속한 뒤 정신없이 좁은 공간을 질주하는 시범 장면을 보자 어느새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 하루 6시간 체력단련 해야

과연 타 보니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좌우로 급격한 코너링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시선이 흔들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계기반을 보니 불과 50km의 속도다.

반면 알론소는 푹신한 소파에 앉은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주행 중 쉴 새 없이 변속하는데 클러치를 밟는 발과 기어 봉을 잡은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능란했다. 이날 체험자 중 몇몇은 구토 증상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F1의 실제 경기에서 드라이버는 급격한 각도의 회전 코스를 시속 200km 이상으로 통과한다. 변속은 경기 중 수천 번을 해야 한다. 알론소가 하루 6시간을 체력 단련에 할애한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F1 차량을 몰려면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이 필요하다. 자격증 이름은 ‘슈퍼 라이선스’다.

시즈오카=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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