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팔꿈치 고통 이겨낸 ‘토미 존’의 후예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7분


1974년 9월 26일. 32년 전인 이날 야구 역사를 바꾼 혁명적인 일이 일어났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왼손 투수 토미 존이 로버트 케런 박사와 프랭크 조브 박사의 집도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오른 손목에서 힘줄을 떼어내 손상된 왼쪽 팔꿈치 인대를 감싸는 수술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그해까지 134승을 거뒀던 토미 존은 1989년 은퇴할 때까지 154승을 더 거뒀다. 20승 이상을 기록한 것도 세 시즌(1977, 1979, 1980년)이나 됐다. 이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은 토미 존 서저리(Tommy John Surgery)로 불리게 된다.

이전까지 투수들에게 인대 파열이나 손상 등은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요즘 토미 존 서저리 후 재활 성공률은 90%가 넘는다.

올해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 1위) 달성이 유력한 ‘괴물 신인’ 류현진(한화)이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 치운 ‘돌부처’ 오승환(삼성)도 토미 존의 후예들이다.

류현진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4년, 오승환은 대학교 1학년 때인 2001년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다.

재활 과정에서 피나는 노력이 있었지만 열매는 달콤했다. 고교 1학년 때 시속 130km 후반의 직구를 던졌던 류현진은 점점 공이 빨라지더니 올해는 150km를 넘겼다. 수술 전 최고 140km을 던졌던 오승환도 요즘은 쉽게 140km 후반의 공을 던진다.

두 선수의 수술을 집도한 김진섭(김진섭 정형외과 원장) 박사는 “손상된 인대를 복원시키고 그 위에 새로운 인대를 덧대면서 생리 역학적으로 더 많은 중압을 견딜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더 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요즘 투수들은 예전에 비해 팔꿈치 인대 손상이 더 잦다. 어려서부터 변화구를 많이 던지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140km가 넘는 공을 던진다는 자체가 팔꿈치에는 무리가 있다. 야구가 가장 많지만 타 종목을 포함하면 1년에 토미 존 서저리를 받는 선수가 5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만약 토미 존 서저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셀 수 없이 많은 훌륭한 투수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토미 존 서저리는 팔꿈치가 아픈 투수들에게 새 생명을 가져다준 귀중한 선물인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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