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93승 69패)는 내세울 게 변변찮은 구단이다. 그런 오클랜드가 3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탈환했다.
오클랜드는 빌리 빈 단장의 성공기를 다룬 책 ‘머니볼’(Money Ball·저자 마이클 루이스)의 모델이 된 팀. ‘머니볼’은 올해 한국에 번역 출간됐는데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머니볼’의 대표적인 이론은 홈런이나 타점보다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중시하기, 고졸보다는 대졸 신인 뽑기, 번트와 도루 지양하기 등이다. 그렇지만 핵심은 적은 돈을 투자해서 많은 승리를 이끄는 것이다.
올해 오클랜드의 성공은 돈과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올해 오클랜드 선수들의 총연봉은 약 6224만 달러. 같은 지구의 LA 에인절스(약 1억34만 달러) 시애틀(약 8795만 달러) 텍사스(약 6822만 달러)보다 낮다.
그러나 비용 대비 효과는 엄청나다. 39홈런과 114타점을 올린 공격의 주역 프랭크 토머스(38)의 확정 연봉은 고작 50만 달러다.
빈 단장이 노심초사하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닉 스위셔(35홈런, 95타점)의 연봉은 고작 33만5000달러다. 전체 세이브 1위(53개)를 차지한 불펜진 역시 싼값의 유망주 선수들로 가득 차 있다. 37세이브를 올린 허슨 스트리트의 연봉은 33만9625달러에 불과하다.
2000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오클랜드는 2002년 또 다른 저연봉팀 미네소타에 진 것을 제외하고는 뉴욕 양키스 등 돈 많은 구단들에 막혀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 그것이 ‘머니볼’의 한계라는 말도 나왔다.
오클랜드는 4일부터는 미네소타와 리그 챔피언십 진출을 다툰다. 오클랜드든 미네소타든 이번엔 포스트시즌에서조차 돈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가장 자본주의적인 스포츠라는 야구에서 오클랜드의 반란은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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