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김재박 ‘번트 위장술’ 승패 갈랐다

  • 입력 2006년 10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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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김재박 감독은 8개 구단 중 번트를 가장 좋아하는 사령탑이다. 올해 현대는 정규시즌에서 153개의 희생번트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희생번트 기록을 세웠다. “타자 전원이 번트를 댈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자랑이기도 하다.

그러나 13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 감독은 뜻밖의 모습을 보였다. 하루 전 미디어데이 때 말했던 ‘깜짝 작전’을 구사한 것.

0-0인 1회말 선두 타자 송지만이 안타로 나간 뒤 전준호가 타석에 섰다. 기대를 저버릴세라 초구부터 번트 사인이 나왔다. 결과는 빗맞아서 파울.

2구째. 누구나 번트를 예상했다. 한화 배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번트를 생각할 때 ‘여우’ 김 감독의 머리는 반대로 돌았다. 뜻밖의 ‘히트 앤드 런(치고 달리기)’ 작전이 나온 것이다. 선발 투수 문동환의 한가운데 직구에 전준호는 방망이를 가볍게 툭 갖다 댔고 타구는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번트가 성공했다면 1사 2루가 될 상황이 무사 1, 3루가 됐다. 기세를 탄 현대 타선은 1회에만 대거 5득점하며 편하게 경기를 이끌 수 있었다.

김 감독이 갑자기 작전을 변경한 것은 타자가 바로 전준호였기 때문이다. 1991년 롯데에서 데뷔한 전준호는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16년차 베테랑. 이날까지 포함해 무려 69경기나 가을 잔치 무대를 밟았다.

그는 김 감독의 깜짝 작전을 멋지게 소화해 냈고 허를 찔린 한화는 당황했다. 현대 승리의 숨은 공로자는 바로 전준호였다.

수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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