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1986년부터 해태 수석 코치로 부임해 4년 간 해태의 에이스였던 선 감독을 지도했다. 또 둘은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추며 한국야구대표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같은 투수 출신 지도자인 두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대조적이다.
김 감독의 경우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두텁다. 그런데 투수에 대해서라면 사정이 좀 다르다. 김 감독은 23일 대구에서의 2차전 경기 전 “마운드에 올라가면 투수 중 열에 아홉은 ‘괜찮다’고 말하는데 그걸 믿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등 투수에 대한 ‘불신’을 몇 차례 내비쳤다.
실제로 김 감독은 데이비스, 클리어, 이도형 등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던 타자들을 줄곧 선발로 내보낸 반면 투수는 좀 구위가 떨어진다 싶으면 가차 없이 바꿨다. 2차전 선발 정민철을 4회 2사에서 조기 교체한 것이 그 예.
반대로 선 감독은 투수들을 무척 신뢰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타자에 대해선 냉정하다. 1차전 승리 뒤 “단기전에서 믿을 것은 투수와 수비이고 공격은 한두 명 정도만 잘 쳐주면 된다”고 말한 것이 선 감독의 평소 지론.
그 지론대로 선 감독은 2차전에서 5번 타자 김한수를 조영훈으로 교체했고 2차전 앞두고는 “심정수에게 홈런을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패인을 분석할 때 김 감독이 대체로 “우리 타자들이 못 쳐서”라고 하고 선 감독이 “우리 투수들이 못 던져서”라고 말하는 것도 얼핏 들으면 평소 지론의 반대인 듯하지만 뒤집어 보면 결국 누구를 팀의 중심으로 생각하는지를 표현한 것이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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