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학 감독보다도 중고교대회를 자주 찾아다니며 ‘옥석’을 가리는 데 발품을 팔았다. 비록 연세대 유니폼을 입히는 데 실패할 때가 있어도 스카우트 대상 선수의 학창 시절 기억은 아직도 뚜렷하게 남아 있다.
현재 전자랜드에서 뛰는 30세 동갑내기 트리오 조우현 김성철 황성인도 그렇다.
“우현이는 부산 토성중 시절 센터로 뛰었습니다. 성철이는 수원 삼일중과 삼일상고에서 주로 골밑을 맡았지요.”
조우현은 중앙대에서, 김성철은 경희대에서 슈터로 이름을 날렸지만 중고교 무대에서는 포스트를 주로 지켰다. 그래서 최 감독은 요즘 간간이 이들에게 어릴 적 특기를 살려 포스트 수비를 맡기거나 골밑에서 1대1 공격을 주문하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연세대에서 사제 관계였던 황성인에게는 지나친 공격 욕심보다는 고교(대전고)와 대학 때처럼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지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3명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순위(조우현) 3순위(황성인) 4순위(김성철)로 프로에 함께 뛰어들었다. 조우현은 동양(현 오리온스), 황성인은 SK, 김성철은 SBS(KT&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올 시즌 최 감독의 부름을 받고 처음으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이들은 어떤 지도자보다도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최 감독과 탄탄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 감독은 프런트 직원인 양원준 사무국장, 김성헌 과장의 스승이기도 하다. 양 국장과 김 과장은 연세대 선수 출신. 모비스 감독 시절 프런트와 껄끄러웠던 최 감독은 전자랜드에서는 구단 직원으로 있는 제자들의 입장을 배려하며 융화에 신경 쓰고 있다.
최근 2년 연속 꼴찌였던 전자랜드는 올 시즌 초반 끈끈한 팀 컬러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1승 1패로 일단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연세대에서 명장으로 불리다 프로무대에서 쓴잔을 맛봤던 최희암 감독의 오랜 지도자 경험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될까. 올 시즌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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