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는 이날 4경기 출전정지(퇴장에 따른 2경기 출전정지 제외)와 400만 원 벌금의 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축구인은 ‘솜방망이 징계’라고 입을 모았다. 프로 지도자를 10년 넘게 한 한 축구인은 “요즘 선수들이 안하무인격이 되고 있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었는데 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심판이 휘슬만 불면 욕하고 항의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빨리 바꾸지 않으면 그러지 않아도 인기 없는 프로축구가 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도 “심판들의 엄격한 판정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 재발 방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연맹은 이천수의 말 한마디에 징계의 수위를 낮춘 데 이어 선수를 두둔하기까지 하고 있다. 남궁용 연맹 상벌위원장은 “이천수의 소명이 정상 참작에 도움이 됐다. 선수 본인이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보통 심판에게 욕할 경우 2, 3경기 출전 정지인데 이천수가 유명하다 보니 피해를 더 많이 본 측면이 있다”고 이상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마치 심판에게 욕하는 게 별일 아니라는 뉘앙스다.
요즘 프로축구장엔 팬이 없다. 25일 열린 6경기 중 울산-대전 시티즌 경기(2433명)를 포함한 4경기가 각각 프로농구 한 경기 평균 관중(5697명)에도 못 미치는 3000명 이하였다.
오만방자한 선수, 승리만 좇는 구단, 구단 눈치만 보는 연맹 등 ‘3박자’가 겹쳐 나타난 당연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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