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염기훈의 선제골과 브라질 용병 보띠의 추가골로 알 카라마(시리아)를 2-0으로 꺾고 아시아 클럽 정상 고지에 성큼 다가갔다.
왼쪽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져 있는 염기훈.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 맹활약으로 K리그를 넘어 아시아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호남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 전북에 입단한 염기훈은 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가 유일한 대표 이력이었을 정도로 무명이었다. 프로에 서서히 적응하며 컵 대회에서 4골 4도움으로 맹활약했던 ‘왼발의 달인’ 염기훈은 7월 동료 김형범과 함께 언덕을 세 바퀴 반이나 도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후 두 달의 공백이 그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혔고 지난달 8일 가나전에서 인상적인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펼친 염기훈. 물이 오른 그는 울산과의 준결승에서도 김형범과 함께 좌우 공격을 이끌면서 팀의 결승 진출에 기여했다.
사실 전반까지만 해도 경기장을 가득 채운 뿌연 안개처럼 경기는 ‘안개 속’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전 “알 카라마는 홈경기에서도 틀어 잠그기로 유명한 팀이다. 이번 경기도 상대가 수비 위주로 나올 것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 카라마는 초반부터 적극적이고 빠른 공격으로 치고 나왔고 당황한 전북 수비수들은 여러 차례 결정적인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역전의 명수’ 전북은 이번 경기에서도 후반에 되살아났다. 최 감독은 미드필더로 보띠를 투입했고 정종관을 전방으로 올렸다. 그러자 전반에 이렇다 할 슈팅 한번 못했던 전북의 공격이 불을 뿜기 시작했고 결국 염기훈의 선제골이 터졌다.
종료 직전인 추가 시간에는 정종관의 크로스를 상대 골키퍼가 쳐내자 보띠가 달려들면서 슈팅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전북은 9일 오전 2시 알 카라마의 홈인 시리아 홈스에서 열리는 결승 2차전에서 지더라도 1점차 이내로만 막으면 한국 클럽 중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다.
전주=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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