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허재(41·사진) 감독은 요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담배가 부쩍 늘었고 잠을 제대로 못 이룰 때도 많다. KCC가 최근 4연패의 부진에 빠지며 2승 5패로 최하위에 처져 있어서다.
아직 초반이기는 해도 불안한 출발이 아닐 수 없다. 늘 이기는 데 익숙했기에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이다.
○ 주전 용병-이상민 부상… 전력 약화
허재가 누구인가. 30년 가까운 현역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리며 그가 가는 곳에는 늘 영광이 따랐다. 용산중-고, 중앙대, 기아, TG(현 동부) 등에서 뛰는 동안 우승 제조기로 이름을 날렸다. KCC에서 사령탑으로 데뷔한 지난 시즌에도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당당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감독으로도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마치 ‘2년차 징크스’라도 걸린 듯 성적 부진에 시달리며 애를 태우고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예요. 몇 경기는 다 이긴 거였는데 막판에 그만….”
KCC의 올 시즌 전력은 약한 게 사실. 무엇보다 용병이 문제다. 당초 영입한 마이클 라이트가 시즌 개막전 발목을 다쳐 타이론 그랜트로 교체하면서 일이 꼬였다.
그랜트와 바비 레이저가 버틴 골밑은 다른 팀의 용병들과 맞서기에 힘이 부족했다. KCC에는 리바운드 10위 안에 드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공격력도 떨어져 KCC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80점으로 10개 팀 가운데 9위다.
설상가상으로 간판스타 이상민이 허벅지 부상으로 4경기째 빠졌다.
이상민과 추승균을 빼면 평균 10점 이상을 넣은 국내 선수가 없다. 은퇴한 조성원의 빈 자리도 컸고 식스맨도 부족한 형편.
탈출구는 없을까.
“용병을 바꾸려고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상민이도 완쾌될 때까지는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을 생각이지만 일단 돌아오면 팀이 안정을 되찾을 겁니다.”
○ “어려운 날 있으면 좋은 날 오겠지요”
이상민은 앞으로 2경기를 더 쉰 뒤 2라운드가 시작되는 17일 동부와의 원정경기부터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KCC는 6일 소집된 아시아경기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가 없어 전력 누수가 생긴 다른 팀들과 달리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러면서 배우는 거죠. 어려운 날이 있어야 나중에 좋은 날 오면 더 기쁘겠죠.”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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