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17·사진)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전혀 이름이 안 알려진 무명 선수였다.
고교 1년 때인 지난해 후반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올해 10월 전국체전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김상훈은 이날 대회에서도 가장 긴 2구간(9.2km)을 27분 35초의 구간 1위로 주파하면서 충북체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172cm, 54kg의 김상훈은 “중장거리가 적성에 맞아 운동을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때부터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훈련해 왔다”며 “내 구간을 뛸 때는 이 구간에서 반드시 승부를 보아 내 뒤 주자한테 제일 먼저 띠를 넘겨주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끝없이 뛰기만 하는 중장거리 육상이 뭐가 재밌어서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할까.
“물론 가슴이 터질듯이 괴로울 때도 많지만 그 순간을 견뎌내면서 스스로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기분을 즐기는 거죠.”
구간마라톤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뛰는 운동. 그만큼 팀원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여름에는 속리산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호흡을 맞췄다. 김상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2주 정도 합숙훈련을 하면서 팀워크를 다졌다”고 자랑했다. 충북 충주시에서 축산업을 하는 아버지의 1남 1녀 중 장남인 김상훈의 꿈은 국가대표 마라토너. 전국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졸업해서는 실업팀에 가는 것이 목표다.
“이봉주 선배님의 성실함을 존경합니다. 그분을 뛰어넘는 마라토너가 되고 싶어요.”
과천대회 이어 올 두번째 ‘축배’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충북체고 윤종호 감독은 “애들 컨디션이 워낙 좋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우승하니까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자 고등학교 최강 배문고와 순심고를 제치고 한국 최고기록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충북체고. 올해 과천 구간마라톤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다.
충북체고는 경부역전 7연속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중장거리 명문이지만 최근에는 배문고 등에 밀리는 양상이었기에 이날 우승의 기쁨은 더욱 컸다.
윤 감독은 “이종찬 충북육상연맹 전무이사와 엄광열 사무총장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시도 체고에 비해 충북체고가 예산도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이지만 오세기 교장선생님 등 여러분이 헌신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좋은 결과를 냈다”며 공을 돌렸다.
윤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성실성’.
“중장거리는 끈기가 없으면 금방 도태됩니다. 이런 고통을 이겨 낸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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