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4분 박주영이 멋진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뜨릴 때도 그는 두 손만 불끈 쥐었을 뿐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환호도 없었다.
전반 35분 이근호가 멋진 돌파 이후 날린 슈팅이 공중으로 붕 뜨자 홍 코치는 두 팔을 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의 첫 표정 변화였다.
“파울하지 마!” “앞으로 당겨” “붙어” “기다려”라는 외마디 고함들. 이날 옆자리의 이충호 GK 코치와 가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독일 월드컵 직후 그는 “코치로서 전술을 지도하기보다는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편하게 해주려 노력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책임은 훨씬 커졌다.
후반 19분 안태은이 자책골을 범하자 홍 코치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목소리도 커졌다. 이어 거듭된 찬스를 놓쳐 버리자 속이 타는 듯 물을 들이켰다.
경기 후 그는 “상대 전술 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훌륭하게 뛰어 준 선수들에게 자부심을 느낀다”며 “감독 자리는 처음이었지만 그렇게 긴장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소리마치 야스하루 일본 감독은 “홍 코치가 선수 때는 아주 침착하고 냉정했는데 감독이 되니까 흥분하는 모습도 보여서 ‘그도 인간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른일곱의 젊은 지도자인 홍명보. 그는 이제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창원=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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