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구단 눈치 보는 ‘일벌백계’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2시 58분


한국프로축구 K리그가 ‘오심 논란’으로 시끄럽다.

11일 열린 성남 일화와 FC 서울의 K리그 4강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0-1로 진 이장수 서울 감독이 “심판 판정 때문에 졌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전반 38분 성남 문전에서 서울 김한윤의 슈팅을 성남 박진섭이 차냈는데 볼은 골라인을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엔드라인에 서 있던 부심은 골로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서울이 0-1로 졌다. 이 감독은 경기 직후 “오심은 고의적이다. 성남 구단주가 (프로축구)연맹 회장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골을 골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서 경기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은 홈페이지에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도둑맞았다’며 홈팬들을 선동하기까지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23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 감독에게 상벌 규정 19조 1항 ‘경기장 내외에서 연맹의 명예를 실추시킨 지도자’를 적용해 벌금 5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벌금 500만 원은 최하 징계. 남궁용 상벌위원장은 “이 감독이 잘못을 시인하고 있어 징계 수위를 낮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날 상벌위원회에 출석하지도 않고 서면으로도 이렇다 할 반성의 메시지도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감독은 “아직도 당시 판정이 오심이라고 생각한다. 연맹의 징계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승리 지상주의에 목을 맨 서울도 욕을 먹어야지만 구단의 눈치를 살펴 알아서 징계 수위를 낮춘 연맹이 더 큰 문제”라고 비난한다. 연맹이 일벌백계로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하는데 이제 구단은 물론 감독, 선수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연맹은 지난달 심판에게 욕설을 한 이천수(울산 현대)에 대해서도 알아서 징계 수위를 낮춘 데 이어 선수를 두둔하기까지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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