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들여다본 할리파 스타디움 안에는 거대한 천체 모형인 ‘아스트롤라베(astrolabe)’가 상승을 준비하고 있었다. 톱니바퀴와 눈금 등을 이용해 천체를 관측하던 이 기구는 둥근 지구본 모양을 하고 있다. 제15회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개회식의 주제는 ‘아스트롤라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이 기구는 별빛을 이용해 별의 위치와 경도 등을 알아내는 데 쓰였다. 꿈의 상징이자 인생의 지침을 뜻하기도 한다.
개막식 행사는 카타르 청년이 전통 범선을 타고 아스트롤라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꾸며진다. ‘신드바드의 모험’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여행담이다.
범선을 타고 떠나는 청년은 바다에서 진주를 캐는 사람들을 본다. 18명의 사람이 줄에 매달려 스타디움 상공에서 공중발레를 한다. 높이 63m의 전광판에서 거대한 폭풍우가 일고 범선은 뒤집힌다. 청년은 큰 새에 이끌려 카타르의 어느 부족에게 인도된다. 이어 아시아 각 지역을 돌며 문화를 탐방한다는 이야기. 마침내 아스트롤라베를 찾는다.
1만여 명이 출연하고 1000명의 아티스트와 기술자가 발리, 인도, 중국 등의 전통 복장을 재현했다. 금빛 융단만 1000m가 쓰였다. 의상만 1만여 벌. 조명에 쓰는 파워 케이블 길이도 무려 40km나 된다.
도하=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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