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히 봤다 만신창이 됐다… 야구, 대비 없이 나섰다 또 망신살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한국 야구가 대만에 이어 사회인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도 무릎을 꿇었다. 2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국 중견수 이용규가 공을 쫓다 펜스에 부딪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한국 야구가 대만에 이어 사회인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도 무릎을 꿇었다. 2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국 중견수 이용규가 공을 쫓다 펜스에 부딪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으로 2006년을 시작한 한국 야구는 12월 ‘도하의 치욕’으로 막을 내렸다.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대표팀은 2일 사회인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에 7-10으로 졌다. 김재박 대표팀 감독은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하고 말없이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하기야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한국은 일본을 한 수 아래로 보고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다.

많은 팬 역시 일본을 단순한 아마추어 야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 사회인 야구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일본 사회인 야구는 회사 등록과 클럽 등록 두 종류로 나뉜다.

클럽 등록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동호인 야구다. 그래서 선수 중엔 라면가게 점원도 있고, 주유소 직원도 있다.

회사 등록은 예전 한국의 실업야구와 비슷하다. 그러나 수준은 훨씬 높다. 준프로라고 봐야 한다. 현마다 3, 4개 팀이 있고 도쿄 도에는 8개 팀이 있다. 그래서 총 100개가 훌쩍 넘는다.

회사 등록 선수 중 상당수가 매년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야구로 진출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일본의 야구 영웅 노모 히데오는 신일본제철 출신이었다. 이승엽(요미우리)의 동료가 된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도 NTT간토 출신이고, 명포수 후루타 가쓰야 야쿠르트 감독은 도요타자동차에서 선수로 뛰었다. 이번 일본 대표팀은 회사 등록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9회 오승환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친 조노 히사요시는 니혼대 4학년인데 올해 일본시리즈 챔피언 니혼햄에서 4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다. 요미우리가 꿈이었던 그는 니혼햄의 지명을 거부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11월 30일 대만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한국은 이미 반쯤 의욕이 꺾여 있었다. 동시에 일본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결과는 도하의 비극이었다.

김 감독은 3일 필리핀에 12-2,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두고 나서야 “패배의 과정을 거쳐야 기량이 발전할 수 있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지만 때늦은 감을 지울 수 없다.

도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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