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 아시아 신기록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금빛 포효 박태환이 4일 200m 자유형 결승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열일곱 살 소년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도하=강병기  기자
금빛 포효 박태환이 4일 200m 자유형 결승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열일곱 살 소년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도하=강병기 기자
4세 때 심하게 앓던 천식을 고치려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풀장에 몸을 처음 담근 꼬마가 13년 뒤 늠름한 청년으로 자라 마침내 아시아를 제패했다.

‘마린 보이’ 박태환(17·경기고 2년)이 4일 카타르 도하 하마드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도하 아시아경기 경영 자유형 남자 200m 결선에서 1분 47초 12에 터치 판을 두드려 아시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에서도 1분 49초 75로 1위를 차지해 8개의 레인 중에서 물살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4번 레인을 배정받은 박태환은 스타트 반응 시간이 0.67초로 결선에 오른 8명의 선수 중 2위였다. 첫 50m에서 3위에 처졌던 박태환은 100m 지점에서 2위로 올라선 뒤 120m를 지날 때 중국의 장린(1분 47초 85)을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8월 17일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열린 2006 범태평양수영선수권대회에서 세웠던 자신의 아시아 기록(1분 47초 51)도 0.39초 앞당겼다. 이날 박태환의 기록은 올해 세계 랭킹 6위 기록.

박태환의 금메달로 한국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중국 일본과 적어도 남자 자유형 부문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국 수영은 안방 무대였던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38개의 금메달이 걸린 경영에서 금메달 한 개에 그쳐 창피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하나의 금메달도 자유형 남자 50m에서 김민석(당시 한진중공업)이 우즈베키스탄의 라빌 나차에프와 100분의 1초까지 같은 22초 86을 기록한 끝에 얻은 공동 우승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박태환이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 최윤희(배영 여자 100m, 200m) 이후 맥이 끊겼던 한국 경영 다관왕에 오를 확률은 매우 높다.

박태환의 주 종목은 자유형 400m와 1500m. 그는 자유형 200m의 2006년 세계 랭킹은 11위이지만 400m는 2위, 1500m에선 8위로 아시아 선수 중 최고다. 여기에 박태환은 노민상 감독을 졸라 그동안 연습해 온 400m와 1500m 외에 100m에도 출전할 예정이어서 4관왕까지 바라볼 수 있다.

박태환의 별명은 ‘미키 마우스’. 서울 대청중 3학년이던 2004년 최연소(14세)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태릉선수촌에 들어갔을 때 선배들이 ‘귀가 크고 귀엽다’며 붙여 준 것. 박태환은 그 큰 귀로 코칭스태프와 선배 선수들의 조언을 빼놓지 않고 들으며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날로 성장했다.

첫 국제 무대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참담한 경험을 했다. 자유형 남자 400m 예선에서 스타트 자세를 취하다 그대로 풀에 떨어져 실격당한 것. 하지만 그는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이후 매년 겨울철에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주최 25m 쇼트코스 월드컵에 꾸준히 참가하며 실력을 쌓았다. 턴을 할 때마다 풀장 벽을 셀 수 없을 정도로 차는 바람에 발바닥엔 500원짜리 동전만 한 것부터 깨알만 한 것까지 티눈이 수없이 많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곧 돌아왔다. 8월 2006 범태평양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우승하며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다. 이제 그에겐 아시아 무대가 좁다. 그의 앞에는 2년 뒤에 벌어지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도하=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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