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28·수원시청·사진)가 남자 유도 100kg 이하급에서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2일 오후(현지 시간). 카타르 스포츠클럽 유도장 관중석에는 전날 도하에 도착한 아내 김성윤(27) 씨가 앉아 있었다.
신혼이었지만 훈련과 대회 출전 때문에 수시로 집을 비웠던 남편은 결혼 1주년(12월 17일) 선물로 아내가 보는 앞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장성호는 그동안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려 왔다. 이번에도 금메달은 쉽지 않아 보였다.
준결승에서 대결할 것으로 예상됐던 아스하트 지트케예프(카자흐스탄)에게는 1승 2패로 열세였다. 결승에서 만날 일본 유도의 샛별 이시이 사토시에게는 3전 전패를 기록 중이었다.
김 씨는 두 손을 마주 잡고 남편의 예선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중간 휴식시간. 관중석의 김 씨 옆에는 어느새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장성호가 앉아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김 씨가 정성껏 만든 그 홍삼죽이었다. 후배에게서 아내 얘기를 전해들은 장성호가 죽이 든 보온병을 되찾아 온 것.
장성호는 죽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운 뒤 휴지로 그릇을 깨끗이 닦아 아내에게 돌려줬다. 잠시 뒤 다시 유도복을 입고 매트 위에 선 그는 탱크처럼 돌진하는 이시이를 허리후리기 한판으로 멋지게 눌렀고 최고의 결혼 기념 선물을 받은 김 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도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