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노장이나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을 자주 되살려서다.
프로농구 코트에서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그렇다.
모비스 포워드 정상헌은 경복고 시절 최대어로 불렸지만 고려대 입학 후 적응에 실패해 운동을 그만둔 뒤 학교를 중퇴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응시해 오리온스의 지명을 받았으나 다시 임의 탈퇴 선수로 공시되기에 이르렀다. 선수 생명이 끝난 줄만 알았던 그를 지난여름 유 감독이 불렀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정상헌은 운동을 그만둬 110kg까지 불었던 체중을 유 감독의 자상한 지도 속에 94kg까지 빼며 의욕을 보였다.
그 결과 정상헌은 지난 주말 2경기에서 과감한 골밑 돌파와 분위기를 살리는 장거리포로 유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모비스 신인 가드 김학섭 역시 한양대 시절 후보 신세를 한탄하며 자주 숙소를 벗어났다. 대학 때 팀에서 쫓겨날 위기가 많았던 김학섭은 유 감독 밑에서 새롭게 농구에 눈을 떠 최근 국가대표로 빠진 주전 양동근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재미교포 출신인 모비스의 포워드 김효범은 신인 때인 지난 시즌 부상과 낯선 국내 농구 환경에 애를 먹다 주로 벤치를 지켜 불만이 컸지만 올 시즌에는 한결 강화된 수비를 앞세워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유 감독은 지도자로서 A급 스타와는 인연이 없는 편. 그래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였다.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믿고 기다린 게 재활 성공의 비결. 신인들이 입단하면 일정 기간 편히 운동에 전념하도록 선배들의 배려를 유도하는 섬세한 용병술이 주효했다.
연봉 3억 원이 넘는 선수(15명)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 명도 없는 모비스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올 시즌에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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