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아이고”… 마지막 뒤집기 실패 銀그쳐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장미란이 인상 3차 시기에서 139kg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장미란이 인상 3차 시기에서 139kg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역도엔 ‘물고 늘어지기’와 ‘뒤집기’란 말이 있다.

‘물고 늘어지기’란 뒤 선수가 앞 선수보다 1kg씩을 더 든다는 말이다. ‘뒤집기’는 뒤 선수가 마지막 순간 앞 선수를 넘어서는 것.

6일 알다나 뱅퀴트 홀에서 열린 2006 도하 아시아경기 여자 최중량급(75kg 이상) 결승.

하이라이트는 한국의 장미란(23)과 중국의 무솽솽(22)의 대결이었다.

무솽솽의 작전은 ‘물고 늘어지기’였다.

자동 추첨에서 무솽솽은 장미란보다 후순위를 받았다. 장미란이 들어올린 무게에서 1kg씩만 더 들어올리면 이기게 되어 있었다.

장미란의 작전은 ‘뒤집기’였다. 장미란의 몸무게는 113.61kg. 무솽솽(132.04kg)보다 18.43kg이나 적게 나갔다. 역도에서 같은 무게를 들어 올리면 몸무게가 가벼운 사람이 승자가 된다. 그래서 경기 중 순서를 바꿔 마지막 순간에 같은 무게를 드는 작전을 세웠다.

장미란은 2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솽솽과 같은 무게를 들었고, 두 번 모두 승리했다.

먼저 시작된 인상 1, 2차 시기에서 무솽솽은 모두 1kg씩만 더 들었다. 부담 탓인지 장미란은 3차 시기에서 139kg 도전에 실패했고, 무솽솽은 같은 무게를 들어올려 4kg 차이가 났다.

용상에서 ‘뒤집기’의 기회가 왔다. 1차 시기에서 장미란은 171kg, 무솽솽은 167kg을 신청했다. 역도에선 가벼운 무게를 신청한 사람이 먼저 경기를 한다. 1차 시기에서 두 선수 모두 성공하면서 합계 306kg으로 동률이 됐다.

2차 시기에서 무솽솽은 174kg을 들고 장미란은 178kg을 성공시켜 다시 동률을 만들었다. 이른바 ‘뒤집기’에 성공한 것.

운명의 3차 시기. 무솽솽은 178kg을 들어올렸다. 장미란이 이기기 위해 필요한 무게는 탕공홍(중국·은퇴)이 세운 세계 기록인 182kg.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장미란은 역기를 들어올렸지만 아쉽게도 가슴까지였다. 최종 합계 313kg으로 은메달에 그치는 순간이었다. 인상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무솽솽은 합계 317kg으로 금메달을 땄다.

무대에서 내려오며 잠시 눈물을 보였던 장미란은 “좀 더 침착했더라면 3차 시기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도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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