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레슬링 첫 금메달을 안겨준 한태영(27·주택공사·사진).
한태영은 10일 어스파이어홀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96kg급 결승에서 마수드 하셈 자데(이란)를 2-0으로 꺾었다. 시상대에 올라선 한태영의 얼굴은 활짝 웃고 있었다. 승리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기 때 쓸 수 없었던 안경을 쓴 때문이었다.
한태영은 초등학교 때 씨름 선수였다. 레슬링 선수였던 아버지 한재익(62) 씨는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자 레슬링을 권유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다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한 것. 한태영은 이후 4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나빠진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현재 시력은 양 눈 모두 0.2 정도.
1년 넘게 운동을 제대로 못한 한태영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키가 부쩍 커진 것. 몸무게도 쑥쑥 늘었고 그만큼 힘도 세졌다. 중량급으로 체급을 옮기면서 서서히 ‘동급 최강’이 될 준비를 해 나갔다.
“주변에서 그래요.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더 무섭다고. 이번에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베이징 올림픽까지 가고 싶습니다.”
도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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