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이라면 현행 오후 7시 5분이나 7시 35분이 아닌 낯선 시간이 생뚱맞게 느껴질 것이다.
경기 시간 변경은 화이트삭스가 최근 편의점 업체인 ‘세븐(7) 일레븐(11)’과 3년 동안 연간 5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한 결과다.
시간까지 팔아버린 상업주의에는 찬반이 엇갈릴 수 있지만 기업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프로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은 부럽기만 하다.
국내를 살펴보자.
프로농구 삼성은 ‘311’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뛴다. 스포츠브랜드 311을 출시하는 제일모직에서 연간 2억∼2억5000만 원의 물품 지원을 받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삼성이 화이트삭스처럼 311 브랜드 홍보를 위해 낮 경기 시간을 오후 3시에서 3시 11분으로 옮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농구연맹(KBL)의 규정상 시간 변경은 원칙적으로 방송 중계에 따른 사유로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국내 프로농구는 다양한 마케팅 방안이 절실하지만 현실적인 제약 속에 오히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타 마케팅’은 자취를 감췄다. KBL을 알리는 이미지 광고나 미디어 가이드 표지에 선수들의 얼굴은 볼 수 없다. 지난 시즌에는 점프볼하는 선수들의 손이 등장했고 올 시즌에는 신발 끈을 묶고 있는 사진이 나올 뿐이다. 특정 팀의 특정 선수가 나오면 다른 팀의 반발을 살까 눈치를 봐서다.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미디어 가이드에 양대 스타인 드웨인 웨이드(마이애미)와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가 표지인물로 나온 것과는 대조적. 심지어 NBA는 대형 스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심판 판정까지 달라지기도 한다. 팬들은 스타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열광한다.
마침 KBL은 18일 프로농구 발전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연다고 한다.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가 쏟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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