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올 초 성형수술 후 훈련을 게을리 했다는 이유로 대한펜싱협회로부터 2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였다. 징계는 6개월로 완화됐고, 가까스로 도하 아시아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12일 알아라비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팀 동료 서미정(강원도청)을 15-10으로 이겼다. 승리가 확정된 후 그가 내지른 “야∼” 하는 환호와 함께 그간의 마음고생이 깨끗이 씻겨 내려갔다.
○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성형 파문 이후 더 성숙해졌다”고 했다. 그는 또 “성형수술을 한 뒤에는 자신감도 얻게 됐고 경기력도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그는 운동만 잘하는 선수였다. 펜싱협회가 남현희의 성형을 문제 삼은 것은 일종의 경고 차원이었다. 좀 더 겸손해지고 좀 더 훈련에 매진하라는 것.
성형 파문을 겪으면서 그는 자신을 되돌아봤다. 주변에 대한 배려와 팀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다. 다시는 잡지 못할 뻔했던 검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졌다.
○ 남자 친구가 큰 힘
성형 파문 속에 힘들어하는 그의 곁에는 항상 남자 친구 원우영(서울메트로)이 있었다. 선수촌에서 만나 8년째 교제하고 있는 원우영은 남자 사브르 국가 대표 선수.
그들은 함께 도하로 왔다. 도하에 온 후로 데이트는커녕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남현희는 경기에만 집중했고, 원우영은 멀리서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결승전에 앞서 원우영은 “말을 건네진 못했지만 눈빛으로 응원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고 했다.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한 원우영은 13일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 나서 메달을 노린다.
○ 154cm의 ‘작은 거인’
남현희의 키는 154cm. 펜싱 선수로는 무척 작은 편이다. 그는 작은 키의 핸디캡을 빠른 스피드로 만회했다. 펜싱 관계자들은 “속도감 있는 현희의 경기는 누가 봐도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작은 몸집은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이날 은메달을 딴 서미정은 “빠른 데다 타깃(몸집)까지 작으니 공격이 힘들다”고 말했다.
도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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