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달새 김연아 金을 낚아채다

  •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00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이스 팰리스에 울려 퍼진 영국 가곡 ‘종달새의 비상’은 스스로에게 바치는 노래였다. 외신은 “한국의 종달새가 비상해 금메달을 낚아챘다”고 보도했다.

‘피겨 요정’ 김연아(16·군포 수리고)가 17일 이곳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자신의 연기 주제곡 ‘종달새의 비상’처럼 화려하게 날아오르며 세계 정상에 섰다.

세계 언론은 올해 초 주니어 챔피언에 오르기는 했지만 시니어 무대에선 무명이나 다름없던 김연아의 우승 소식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긴급 타전했다.

로이터와 AFP통신은 남자 싱글, 아이스댄싱, 피겨 페어를 모두 제쳐 놓고 ‘김연아의 우승’을 제목으로 달았다.

AFP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불참한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 미셸 콴(미국) 등을 제치고 피겨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대회를 앞두고 신문, 방송의 특집 기사를 비롯해 지하철 광고까지 게재하는 등 이번 대회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던 피겨 강국 일본은 충격에 빠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빙상의 요정이 한겨울의 러시아에 춤추듯 내려앉았다. 아사다는 동년배에게 진 기억이 없고 안도 미키 역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둘의 기술과 표현력을 넘어설 만큼 성장한 김연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김연아의 우승은 극적이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1위), 안도(2위)에 이어 3위에 그친 데다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진통제를 복용하고 연기에 나섰다. 허리에는 압박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인 모습이 보였다. 빨리 닳아 자주 교체해야 하는 신발도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짝짝이였다.

하지만 초반 트리플 트리플 콤비네이션(연속 3회전 점프) 기술로 관중을 사로잡은 김연아는 연기에 완전히 몰입한 채 무결점 연기를 펼쳤다. 반면 대회 2연패를 노렸던 아사다는 앞선 김연아의 연기에 위축됐는지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3바퀴 반 회전)을 시도하다 넘어지며 스스로 무너졌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인 6세 겨울에 피겨화를 처음 신은 김연아는 꼭 10년 만에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소녀 시절 피겨 선수의 꿈을 꾸었던 어머니 박미희(47) 씨는 둘째 딸 김연아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고 김연아는 묵묵히 하루 평균 5시간의 강훈련을 해냈다.

김연아는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몸이 좋지 않아 실수가 조금 나와 아쉽다”며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동계 아시아경기대회(중국 창춘)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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