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베어벡 ‘당신만의 힘’을 보여다오

  • 입력 2006년 12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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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훈련 시간 좀 더 달라.”

언제나 똑같은 소리. 이젠 식상할 정도다. 축구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 감독들은 “대표팀 실력 향상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인과 올림픽, 아시아경기 대표팀을 총괄하는 핌 베어벡 감독도 마찬가지. 2006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4위에 그쳐 20년 만의 정상 탈환에 실패한 그는 최근 “선수들의 전술 이해력이 떨어진다. 대표팀 소집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코치로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이끈 그는 “2002년에는 대회를 앞두고 5개월간 집중 훈련을 했고 15차례의 국제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2002년에는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대표팀을 전적으로 밀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이제는 프로 구단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가 됐다. 프로리그 위주로 운영하면서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나 국제대회가 있을 때 대표팀을 한시적으로 소집해 손발을 맞추고 나가는 선진국형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프로가 살아야 한국 축구가 살기 때문이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구단은 하나도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대회 본선은 14일 전, 국제대회 예선은 첫 경기 4일 전, A매치는 2일 전 소집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베어벡 감독이 한일 월드컵 이후 급격히 바뀌고 있는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얘기다. 앵무새처럼 “훈련 시간 탓”만 한다면 굳이 외국 감독을 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요청에 따라 해외 전훈 등 많은 시간을 줬지만 결과는 16강 탈락이었다.

전문가들은 한두 달 함께 훈련한다고 해서 전술 운용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신문선 한국축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표팀은 선수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프로 선수 중에서 실력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골라 쓰면 된다. 대표팀 소집으로 실력을 키우려는 발상은 한국 축구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7월 열리는 2007 아시안컵 본선을 놓고 베어벡 감독은 “훈련 시간을 6주는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 감독들은 “프로는 죽으라는 얘기냐”고 반발해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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