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선수 3명의 쇼트코스(25m) 기록이 등재된 것.
같은 거리라도 롱코스 기록이 쇼트코스 기록에 훨씬 뒤진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랭킹에서 밀리고 세계수준과도 큰 차이가 있다고 잘못 알려진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한국 수영계가 바로 이 경우다. 최근 수영 지도자들은 “한국 수영이 세계 수준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한탄했다. ‘수영 신동’ 박태환(17·경기고·사진)이 범태평양선수권과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4개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는데도 말이다.
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국제수영연맹(FINA) 인터넷 홈페이지(www.fina.org)의 올 시즌 세계 랭킹. 박태환은 8월 범태평양선수권 선전으로 자유형 400m 2위에 오르는 등 각 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됐으나 최근 11월까지 기록이 업데이트되면서 순위가 뒤로 확 밀려났다. 12월 도하 아시아경기 기록이 추가되더라도 박태환의 랭킹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400m는 3위(3분 45초 72)에 해당하지만 200m는 8위(1분 47초 12), 1500m는 6위로 이대로라면 내년 3월 세계선수권이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결선(8명)에 진출하는 정도의 기록.
정말로 FINA 홈페이지에는 독일의 파울 비더만(20)이 자유형 200m부터 1500m까지 1위를 독식하고 있었다. 특히 비더만은 1500m에서 14분 36초 70을 기록해 박태환의 아시아 신기록인 14분 55초 03보다 무려 18초 33이나 빨랐다. 이 차이를 거리로 환산하면 비더만이 박태환보다 30m 가까이 앞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FINA 홈페이지에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다. 28일 수영 사이트인 유럽 스윔랭킹스닷넷(www.swimrankings.net)과 북미 스윔뉴스닷컴(www.swimnews.com)을 살펴보니 비더만을 비롯해 FINA 세계 랭킹에 오른 상위 3명의 독일 선수 기록은 쇼트코스(25m) 기록이 롱코스(50m)로 잘못 올라가 있었다.
잘못 등재된 기록을 제외하고 12월 다른 대회 기록을 넣어 박태환의 기록을 대비해 보니 박태환은 400m에서 2위를 유지했고 1500m에서도 3위에 랭크됐다.
대표적 기록 종목인 수영을 총괄하는 FINA의 어이없는 데이터 관리도 한심하지만 국내 지도자들이 기록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호들갑 떠는 모습도 곱지 않다. 행여나 잘못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수영의 미래’인 박태환에게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전창 기자 jeon@donga.com
수영에서 쇼트코스와 롱코스는 수영풀의 길이로 나뉜다. 쇼트코스는 25m 풀에서, 롱코스는 50m 풀에서 경기를 벌이는 것. 쇼트코스가 롱코스보다 같은 거리라도 기록이 좋다. 선수가 턴할 때 수영장 벽을 발로 차 추진력을 얻는데 쇼트코스가 롱코스보다 턴이 2배가 많기 때문. 자유형 1500m의 경우 롱코스에선 29번, 쇼트코스에선 59번의 턴이 있다. 또 팔다리 동작을 하는 거리도 쇼트코스가 롱코스의 절반에 불과해 회복 속도도 빠르다. 대표적인 쇼트코스대회는 FINA 월드컵 시리즈가 있으며 아시아경기나 올림픽 등은 모두 롱코스대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