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우리는 즐거웠다… 2006 한국축구 결산

  • 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한국 축구의 올해 여름은 뜨거웠다. 거리를 뒤덮은 수백만 길거리응원단의 열렬한 응원으로 넘쳐났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높은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다소 씁쓸하게 접은 2006년. 밝음과 어둠이 교차한 지난 한 해의 한국 축구를 짚어 본다.

2006년 상반기 한국 축구계는 독일 월드컵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미국을 거치는 장거리, 장시간 해외훈련을 실시했다. 큰 논란 끝에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해 10월 부임해 국내선수들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던 그는 이 같은 장기훈련을 통해 선수 점검과 조직훈련의 두 가지 효과를 얻으려 했다. 그는 4-3-3 포메이션을 도입해 한국에서는 낯설었던 포백 수비 실험을 했다.

스코틀랜드에서 마지막 훈련을 실시하고 독일로 향했던 한국은 목표로 했던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월드컵 직전 대표팀 스트라이커 이동국(27·포항 스틸러스)이 무릎부상으로 쓰러지는 악재를 겪었지만 6월 독일에서 이천수(25·울산 현대) 안정환(30)의 골로 토고에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동점골로 프랑스와 1-1로 비겨 순탄한 출발을 했다. 전국에서 168만여 명이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등 한국은 연일 길거리응원단의 함성으로 넘쳤다. 하지만 마지막 스위스전에서 0-2로 패했다. 스위스전은 국내에서 거센 오프사이드 오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월드컵 이후 아드보카트 감독은 러시아 프로리그로 떠났고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은 핌 베어벡 감독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우승을 목표로 했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 선수 차출 문제를 놓고 프로구단과 마찰을 겪었다. 국내에서도 프로소속 선수들을 대표팀이 장기간 차출하는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축구 발전의 젖줄이 되는 프로리그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대표팀이 해외에서 부진하는 동안 국내 프로축구도 침체를 겪었다. K리그 관중은 올해 245만5484명으로 일본 J리그 관중 836만여 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약 40만 명이 줄었다. 올해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성남 일화가 우승했고 김두현(24·성남)이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여자축구도 올 한 해는 성적이 신통치 않다. 여자축구대표팀은 2007 중국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도 겪었다.

국내 축구의 부진 속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인방’ 박지성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 설기현(27·레딩 FC)의 활약이 축구팬들의 목마름을 달래 주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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