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일어서라, 마해영”

  • 입력 2007년 1월 2일 03시 00분


‘박수칠 때 떠나라’란 영화도 있지만 실제 그러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타일수록 떠나기는 더욱 힘들다.

야구에서도 많은 선수가 제때 떠나질 못한다. 정상에 섰던 선수가 은퇴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한때 우상이었던 선수가 초라하게 쇠락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욱 안타깝다.

지난해 말 마해영(37)은 큰 상처를 받았다. 그는 소속팀 LG에서 사상 초유의 방출 예고를 당했다. 조금 있다가는 트레이드설이 있었다. 김재박 감독 부임 후 다시 팀에 합류하기로 했지만 곧바로 또 다른 트레이드설에 휘말렸다.

마해영이 누구인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오른손 거포였다. 2003년 시즌 뒤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4년간 총액 28억 원을 받고 삼성에서 KIA로 팀을 옮겼다.

그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9년 롯데 시절의 일이다. 펠릭스 호세(롯데)는 많은 선수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방망이 실력도 무섭지만 관중석 방망이 투척 사건이나 배영수(삼성) 폭행 사건에서 보듯 과격한 성격이 더욱 무섭다.

바로 그 호세가 무서워한 것이 마해영이었다. 당시 롯데에선 호세가 4번, 마해영이 5번을 쳤다. 호세가 1루에 나가면 마해영이 곧잘 좌중간이나 우중간 2루타를 쳤다.

그럴 때 마해영은 종종 호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걸음이 느린 호세가 홈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3루에 머물러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 호세는 다른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곤 했다.

마해영은 삼성 시절이던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는 LG 최원호를 상대로 우승을 확정짓는 끝내기 홈런을 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년간 내가 못해서 이렇게 된 것을 누굴 탓하겠느냐”면서도 “3년 연속 시즌 중반 소속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바뀌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는데 그게 돈 많이 받으면서 제 몫을 못한 나였다. 체질 개선 차원에서 항상 2군에 가야 했다”고 했다.

그는 또 “온전히 한 시즌을 뛴다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 올핸 반드시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명예를 찾고 박수 받으며 떠나는 마해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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