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언제든 ‘마이크’ 놓을 준비하세요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몇 년 전 유행했던 ‘차명석 어록’과 ‘김인식 패러디’를 기억하시나요.

‘차명석 어록’은 차명석 LG 투수코치가 2002∼2003년 한 케이블 채널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할 당시 그가 했던 재치 넘치는 말들을 모은 것이다.

장거리 홈런이 나오자 “대전구장에서 장종훈에게 맞은 홈런이 어찌나 컸는지 아직까지 날아가고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거나 캐스터가 “스포츠 선수의 부인들이 대부분 미인 아닙니까? 왜 그럴까요”라고 묻자 “그런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참히 깨버렸죠”라고 말하는 식이다.

‘김인식 패러디’는 김인식 한화 감독이 2005년 조성민을 선수로 복귀시킬 때 했던 말을 각색한 것이다. 당시 김 감독은 “거기서 뭐해? 야구해야지. 곧 부를 테니 준비하고 있어”라며 은퇴 후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던 조성민을 불러들였다.

방송인 강병규에겐 “네가 있을 곳은 방송국이 아니야. 부를 테니 몸 만들고 있어” 등의 패러디가 만들어졌다.

그 후 차명석과 조성민은 방송국을 떠나 야구장으로 돌아왔다. 이들뿐 아니라 작년 야구 해설을 했던 양상문 씨와 김용수 씨는 LG의 코치로, 메이저리그 해설가였던 권윤민은 KIA의 포수로 복귀했다. 방송 해설은 현장 복귀를 위한 ‘지렛대’였던 셈이다.

올해는 김성한(49) 전 KIA 감독과 이순철(46) 전 LG 감독이 TV 해설가로 데뷔한다. 이들은 현장 감각을 유지하면서 야구를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두 감독이 바라는 것은 현장 복귀다. 감독 시절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맘껏 펴 보지도 못한 채 ‘중도 하차’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기엔 이들은 아직 너무 젊다.

둘은 모두 “재미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가장 생생한 모습을 전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해설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공부를 하기를, 그래서 한국 야구를 더욱 발전시킬 복안을 가지고 현장에 복귀하길 기대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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