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15일 “지난주 신상우 총재의 중재로 현대 유니콘스의 대주주인 하이닉스반도체와 농협중앙회의 고위층이 만났다”며 “순수 매각대금 80억∼100억 원에 유니콘스가 2000년 SK 창단 때 연고지 분할 보상금으로 받은 54억 원을 농협이 갚아주는 조건으로 대체적인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 총재는 이날 오전 KBS 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현대 (야구단) 매각을 위해 두세 군데와 매각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신 총재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아마 이번 주 내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일군 농협 기획조정실장은 “프로야구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유니콘스 인수에 따른 법적 문제와 경제 효과 등을 검토 중이다”고 확인했다.
농협은 1992년까지 실업야구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기업명을 ‘NH’로 바꿔 본격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라 프로야구단 운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농협 정대근 회장은 아들 효형(38·동래고, 영남대 졸업) 씨가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에서 1991년부터 2년간 뛰었던 만큼 야구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오른손 투수인 효형 씨는 1군에서 마운드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청소년대표까지 했던 기대주였다.
그러나 농협의 유니콘스 인수가 성사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김 실장은 “유니콘스가 1995년 8월 인천 연고의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할 때의 비용은 470억 원이었지만 KBO가 아주 낮은 금액을 제시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연고지, 구장, 선수 수급 등 현안이 산적해 있고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 유니콘스가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던 서울 연고지 입성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 구장 확보와 선수 지명에서 LG, 두산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한편 11년간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지만 2000년대 들어 모그룹의 경영 부실로 자금난을 겪어온 유니콘스의 매각 소식에 야구팬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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